각 정당별 4·13 총선 ‘라인업’이 구체화 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인들의 정계 도전이 눈에 띈다. 22일 소개된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엔 바둑기사 조훈현 9단과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각각 14번과 32번을 받았다. 태권도 선수 출신 문대성 의원은 인천 남동갑에, 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경남 김해을에 출마해 표심 잡기에 본격 돌입했다.
왜 스포츠인 배지 도전 늘까
제20대 총선 ‘라인업’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 외에도, 비록 공천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대전중구에서 도전장을 냈던 이에리사 의원과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임은주 전 강원FC 대표이사도 체육인 출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스포츠인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도드라지는 데는 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 때문이다. 고령화가 빠른 한국 사회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인데다 프로스포츠 역시 단순한 여가의 수단이 아닌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오는 2018년까지 스포츠산업 시장을 53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점도 한 몫 했다. 여기엔 일자리 창출 및 국민 체육 활성화 등의 과제도 연계돼 있어 스포츠 행정가 출신에 대한 러브콜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왜 그들은 새누리당을 택했을까
제20대 총선을 통해 원내 입성을 노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현역 의원인 이에리사, 문대성 의원을 비롯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발길이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 쏠리고 있는 추세는 단순히 개인 성향 탓만은 아니라는게 스포츠계 전반의 시각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일궜고, 그 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나이나 성향 모두 기득권층에 가까워진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체육계의 실리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야권의 최문순 강원도지사 임명을 받아 강원FC 사장을 지냈던 임은주씨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선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에서 탈락한 임 전 대표는 “주변에서 의아하게 바라보는 눈이 많았던 건 사실”이면서도 “아직 체육계는 정부와 발을 맞춰 가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서 새누리당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왜 불신의 시선 씻지 못할까
선거철마다 각 정당에선 대중적 인지도와 건강한 이미지를 품은 유명 스포츠인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반긴다. 스포츠인의 정계 진출 확대가 체육·문화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태고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할 거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아직까지 정치 무대에서의 실전 능력과 청렴도 등에 대한 의문을 떨치지 못한 탓이다. 스포츠계 일각에선 “스포츠인 출신 현역 의원들이 좋은 선례를 보이지 못한 점도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논문 표절 논란에 이어 최근 허위학력 기재논란에 휩싸인 문대성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체육계 원로는 “스포츠계 출신 정치인에게 페어플레이 정신과 건강한 이미지는 생명과도 같다”며 “정치에 도전을 준비하는 스포츠인들이 늘고 있는 흐름은 긍정적이나 원내 진입 후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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