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게임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를 아이를 중독자로 낙인 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질병코드 신설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윤대현(48ㆍ사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 중독 질병코드화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게임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자칫 중독자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 중독이라는 게 당뇨병처럼 피를 뽑아서 진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게임 중독 관련 설문지를 배포하고 그 결과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오면 그 아이는 졸지에 게임 중독 ‘환자’가 돼 버린다”며 “성장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까지도 치료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중독의 여러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도 음식 중독인 측면이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코드를 다 만든다면 엄청난 중독 환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굳이 질병코드를 신설하지 않더라도 중독이 심하다고 하면 심리치료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그는 게임 중독 진단 이전에 왜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건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이 크거든요. 아이들이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줄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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