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사진ㆍ공병 허위로 제출해도
도축 때까지 확인 방법 없어
정부가 공짜 구제역 백신을 보급만 하고 실제 접종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구제역 확산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0~201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2012년부터 구제역 백신 구입비를 국가 정규예산에 편성해 축산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전업농의 경우 구입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영세농(소 50마리 미만ㆍ돼지 1,000마리 미만)에는 백신 구입비를 100%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편성된 금액은 529억9,374만원으로, 이중 141억3,374만원이 영세농에 지급된다.
하지만 실제 접종 여부에 대한 사후 관리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백신을 무료로 공급받은 돼지 농가는 백신접종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쓰고 남은 공병을 관할 지자체 혹은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는데, 도축 시에만 항체형성률을 검사하기 때문에 증빙자료를 허위로 제출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충남에서 돼지 농가를 운영 중인 한 농장주는 “워낙 힘든 작업이어서 농가 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접종하지 않거나 약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농가에서 제대로 접종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로선 도축할 때까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축 시 항체형성률이 기준(모돈 60%ㆍ비육돈 30%)에 못 미쳐 과태료를 문 농가가 2014년 473곳, 2015년 182곳에 달한다. 아예 접종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접종하지 않으면 항체형성률이 기준보다 낮게 나온다.
문제가 끊이지 않자 농식품부는 전국 돼지농가에 현장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가축위생방역지역본부 방역관이 1년에 두 번씩 농가를 방문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선 농가의 반발이 적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관이 방문해 질병이 드러날 경우 농가가 손해를 입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며 “방역관 방문 후 구제역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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