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고성능 방탄복 개발하고도
방산업체 로비에 일반 방탄복 계약
국내, 파병부대에 3만5000벌 보급
군 당국이 북한의 철갑탄까지 막아낼 수 있는 특수 방탄복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특정 방산업체의 로비를 받아 이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일반 방탄복을 부당하게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피아들에게 일선 장병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1년 10월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 비 전투부대를 제외한 전 군에 지급하기로 조달계획까지 수립했으나 돌연 이를 전면 철회했다. 전 국방부 장성 출신으로 방탄복 계약의 최종승인권을 가졌던 군 고위간부 A씨가 무게가 무겁고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를 들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신 특정 방산업체의 청탁을 받고 보통탄 방호 수준에 그치는 일반 방탄복 30만 8,000여 개를 2025년까지 전 군에 보급하는 독점공급권을 부여했다. 사업비만 2,700여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방탄복은 지난해까지 해외 파병 및 국내 특수임무 부대에 3만 5,283개가 보급됐다. 이 계약 대가로 A씨 부인은 해당 방산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해 3,9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 방산업체를 밀어주는 과정에서 군피아들의 조직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육군 소속의 B씨는 국방부 내부정보를 해당 업체에 제공하는 대가로 5,100만원의 금품을 받고, 나중에는 이 업체 이사로 재취업했다. 예비역 대령 C씨 역시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해당 업체에 탄약 534발을 무단 반출해 시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는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 1,000만원의 주식을 받고, 전역 후엔 이 업체의 연구소장으로 취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접 실험해본 결과, 보통탄 방호복은 철갑탄에 완전히 뚫렸다. 군 장병들의 안전과 군 전투력에 상당한 타격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이 업체와의 공급독점권을 취소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이번 비리와 관련된 공무원 10명과 업체관계자 3명 등 총 1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은 여전히 개발 중인 상태며 당시 도입이 보류됐던 이유는 높은 가격과 전투 효율성의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의를 거쳐 계약을 취소하거나 제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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