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연쇄테러는 유럽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증시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관광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슬람국가(IS)가 이번에는 공항을 직접 겨냥함에 따라 항공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5월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마저 비상이 걸리는 등 전세계에 테러 여파가 번지고 있다.
파리 테러에 이어 브뤼셀까지 IS의 타깃이 되면서 관광 허브인 유럽은 치명상을 입었다. 당장 22일 유럽증시에서 항공ㆍ여행주는 크게 하락했다. 호텔업체 아코르의 주가는 5%가 떨어졌고 에어프랑스_KLM, IAG, 루프트한자 등 항공사는 약 3%씩 하락했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프라이스라인 등 여행업체들도 2%씩 하락했다. 글로벌 정보업체 HIS는 보고서를 통해 “브뤼셀 테러는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잠재적으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날 위험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내 관광객 이동에 찬물을 끼얹고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 관광업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부터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유럽에 또다른 테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여행 경보를 전격 발령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22일 브뤼셀 테러를 포함해 유럽에서 발생한 몇 건의 테러 공격 이후 유럽여행에 잠재적 위험이 있어 경보를 발령한다”면서 추가 테러 가능성을 고지했다. 자벤템 공항 테러로 유타 출신의 모르몬교 선교사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공군은 장교 1명과 가족들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공항이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 지대인지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탑승 수속을 하는 출국장에서 벌어진 이번 공격은 보안구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대부분의 공항 시설이 테러 취약지대가 될 수 있다는 치부를 공개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AP는 특히 항공사들이 테러에 맞서 항공기에 대한 검색과 보안이 갈수록 강화하자 테러범들이 이번에는 공항 자체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브뤼셀 테러 이후 공항 안전 강화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테러 직후 미국 내 주요 허브 공항의 경비 강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접촉했다. 미국 하원 교통위원회 소속 재니스 한(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연방 교통안전국(TSA)에 미국 공항들의 주변에 대한 경비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5월 열리는 G7 정상회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일본도 IS 등의 타깃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외국주재 일본인의 안전확보 및 국내 경계경비를 철저히 하는 등 한층 긴장감을 갖고 테러대책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벨기에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연대해 테러, 폭력적 과격주의 대책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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