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브뤼셀 연쇄테러와 관련해 벨기에 치안 당국의 대테러 대응 능력이 미흡한 정도를 넘어 ‘어린애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샤를리 엡도 사태 이후 테러 대상 1순위가 된 유럽 국가에서 또다시 피해가 발생하면서 유럽연합(EU) 내 부실한 대테러 공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브뤼셀 연쇄테러를 지켜본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벨기에 경찰과 정보기관의 역량 부족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소재 한 정보 연구소 관계자인 에릭 데네시는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 벨기에의 테러 대비 태세는 형편없다”며 “벨기에는 프랑스와 달리 1950년대 이후 대규모 해외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아 (테러로부터) 면제됐다고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에 견해를 밝힌 미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 역시 “벨기에 보안 당국의 대응은 어린애 같다”고 비판했다.
벨기에 치안 체계의 최대 허점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력이 꼽혔다. 지난해 벨기에 연방 경찰은 파리에서 일어난 두 차례 테러 이후 1만8,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대테러 훈련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리 연쇄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을 비롯해 이슬람 공동체가 집중된 몰렌베크 지역의 경찰 인력은 당장 약 180명의 인력 충원이 필요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신문은 “지난해 벨기에는 20여개 대테러 관련 조치를 새로 시행했지만,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테러에 구멍이 뚫린 것은 벨기에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공동책임이란 지적도 있다. 솅겐 조약으로 인해 유럽연합(EU) 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상태에서는 정보 공유를 비롯한 치안 공조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EU 대테러 공조 책임자는 이달 초 “일부 회원국 국경 검문소는 인터폴과 전자 연락 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했다. 안보정책 연구기관 유럽민주주의재단(EFD)의 알렉산더 리츠만 수석 고문은 “지금 유럽 국가들의 제1과제는 정보기관 사이 협력 체계를 마련해 정보를 나누는 것”이라고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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