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연연 안해” 배수진도
비대위원들 사의엔 유보 입장
사퇴를 고민해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모든 힘을 다해 당을 정상화시키는 데 노력하기 위해 남기로 결정했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비례대표 갈등사태 3일만에 선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더민주는 김 대표 지휘로 20대 총선을 치르게 됐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을 확정, 당의 간판 얼굴까지 맡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며칠 깊이 (사퇴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며 “나의 입장만을 고집해 우리 당을 떠난다면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고 잔류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끝나고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의 가능성은 요원하다”며 당 주류를 겨냥했다. 이어 “당 정체성이 거론될 때마다 이 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의심도 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위를 거치면서 나타난 현상은 제가 보기에는 매우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위의 비례대표 순위 투표 결과를 비록 받아들이지만 동의할 수는 없으며, 총선 이후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겠다는 뜻이다. 총선 이후 친노(친노무현) 등 당내 주류 세력과 김 대표 간의 정체성 갈등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앙위 비례대표 투표에서 김 대표가 추천한 인사 등이 대거 당선 안정권 밖으로 밀리고, 대신 재야 인사 등이 수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된 것과 관련, “내가 (총선에서) 당을 끌고 가기 위해 필요했기에 선택한 것“이라며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 의원직을 던진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 시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의원직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다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김 대표는 일괄사의를 표명한 비대위원 처리에 대해 “생각을 좀 더 해서 결정하겠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박영선 등 비대위원들이 선대위원을 겸하고 있고, 당이 앞으로 선대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들의 사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또 비대위원들이 정한 비례대표 명부 추인에 대해 “비대위원들이 한 것에 대해 아무 간섭을 하지 않았기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묵인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일단 사태는 벌어졌고 이것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자택으로 찾아온 것이 당 잔류 선택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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