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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에 브뤼셀까지 서방 국경 빗장 더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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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에 브뤼셀까지 서방 국경 빗장 더 잠긴다

입력
2016.03.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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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이어 유럽의 심장인 벨기에 브뤼셀마저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받으면서 유럽 각국이 국경의 빗장의 더욱 세게 걸어 잠글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는 국경폐쇄를 비롯한 봉쇄정책을 주장하는 우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써 유럽연합(EU)의 난민 및 국경개방 정책은 후퇴할 수밖에 없고 난민 포용 및 개방정책을 펼치던 영국과 독일 정부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에서는 극우정당 중심으로 무슬림에 대한 출입국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당수 마린 르펜은 브뤼셀 테러를 "이슬람의 야만행위"라고 규탄하며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을 당장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극우정당인 독립당도 "이번 참사는 유럽연합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느슨한 국경 통제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도 미국 국경의 폐쇄, 테러 용의자 고문의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가짜 서류(여권)를 지닌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IS 관련자들일 수도 있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브뤼셀 테러 이후 극단적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이를 대상으로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트럼프의 주장을 비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도 "무슬림에 대한 보복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테러 대책으로 물고문을 운운하는 것은 무조건 부적절한 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리 테러 이후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이민 정서를 감안할 때 브뤼셀 테러를 계기로 서방 각국의 봉쇄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유럽인들에게 개방정책의 취약성을 다시 환기함으로써 EU가 추진 중인 여러 관용 정책들도 재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솅겐조약의 미래와 관련해 "파리테러로 솅겐조약 중단이 국가안보 문제가 됐고, 브뤼셀 테러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테러는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 회원국 유지는 영국을 더욱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주장이 더욱 확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EU잔류를 고집하는 데이비드 캐머린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 난민 포용정책을 펴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난처한 입장이 됐다.

최근 EU가 터키와 타결한 난민 합의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합의를 주도한 메르켈 총리가 독일 내에서 궁지에 빠진 가운데 EU내 자유 통행을 규정한 셍겐 조약의 부활에도 제동이 걸릴 게 분명하다. 폴리티코는 “브뤼셀 테러를 계기로 가장 진보적인 유럽정치인들 조차 보다 엄격한 통제 요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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