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민/사진=KLPGA 제공.
이정민(24ㆍBC카드)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경기 중 버디를 잡든, 보기를 범하든 딱히 표정 변화가 없다. 경기 후에도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인터뷰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승부욕만큼은 남다르다. 이정민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좋아했다. 골프 외에 그의 특기는 달리기다. 이정민은 "운동선수에게 근성과 승부욕은 필수요건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을 이길 때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이정민은 "경쟁 선수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는 나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 제일 상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정민은 골프를 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 순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왔다.
이정민은 2010년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같은 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을 꼽았다. 당시 10대 새내기였던 그는 대회 32강전에서 톱시드의 서희경(30)을 막판 2홀 차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이정민은 16번홀까지 서희경과 접전을 펼치다 올스퀘어(동점)를 이룬 뒤 나머지 2개홀에서 연속버디를 잡으며 서희경을 떨어뜨렸다. 그는 승승장구한 끝에 결승에서도 노장 문현희(33)를 3&1(1홀을 남기고 3홀차)로 제압하고 정규 투어 진출 후 첫 우승을 일궈냈다. 이정민은 "신인으로서 쟁쟁한 선배들을 이기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며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곱씹었다.
프로 7년차인 이정민은 한국여자골프의 성장 비결도 짚었다. 앞서 그가 출전한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리더보드 10위 이내에 한국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대회가 중국에서 열려 현지 선수들은 물론 유럽 선수들까지 출전했지만, 상위권은 죄다 한국 선수들의 차지였다. 이에 대해 이정민은 "결과를 보면 항상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한국여자골프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로 최근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를 언급했다. 그는 "박세리 선배님이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이후로 20년 가까이 계속해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여자골프의 힘이 계속 쌓인 것 같다"며 "훌륭한 선수들이 서로 계속 경쟁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도 컸던 것 같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뿐 아니라 LPGA 투어에서도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리가 LPGA를 평정한 후 '세리키즈'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자연스레 한국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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