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마감일이 오는 25일로 다가온 현대증권의 매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됐던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다시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로 좁혀지면서 미래에셋증권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미래에셋, 불참 선언한 이유는
▲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대우증권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전략적 투자자(SI)로 현대증권 인수에 참여해 달라는 투자제안을 받아 참여 여부를 검토해 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우선 SI로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현대증권 인수도 고려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23일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열렸다. 증선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지분 43%를 인수, 대주주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가 승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둘러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8,000억원을 차입해 대우증권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자금을 투자해 또 다른 증권사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된 과열경쟁을 우려해 큰 그림에서 고려한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당장 대우증권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도 있어왔다. 미래에셋증권의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 알려졌을 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SI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 적은 비용부담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미래에셋으로선 내실을 다져 대우증권과의 실질적 통합을 원활히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 것이다.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대형증권사 두 곳을 모두 가져갈 경우, 나머지 증권사들이 자칫 설 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쏟아질 곱지 않은 시선도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 2파전 어떻게 될까
미래에셋이 현대증권 인수에 뜻을 거두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한국금융과 KB금융은 지난해 말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각각 2조2,000억원, 2조1,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써내 2조4,513억원을 제시한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이 두 지주 간 '패자부활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현대증권의 23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6,400억원 수준이지만 시장에선 이 지분의 적정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4,000억~7,000억선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에서는 매각가를 6,500억원 이상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미래에셋증권의 본입찰 불참이 가격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승리로 끝난 대우증권 인수 때도 확인됐듯이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무리한 가격경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이제 시선은 현대증권 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현대엘리베이터를 향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입찰 하루 전인 24일 현대증권 매각가를 제출한다. 가격은 25일 인수후보들의 응찰이 끝난 뒤 공개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격보다 입찰 참여자의 인수가가 높으면 본입찰은 문제없이 진행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격이 더 높은 경우 입찰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금융지주과 KB금융지주는 반드시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를 넘긴 가격을 써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증권 인수 의향을 밝힌 후보는 한국금융지주, KB금융지주, LK투자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PEF 액티스로 총 6곳이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은 25일 이들을 대상으로 본 입찰을 치른 뒤 이달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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