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굳혔다는 평가에 반하는 내부 갈등설이 제기됐다. 최고 지도부 내에서 ‘시 핵심’을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3일 칼럼에서 “공산당 서열 4위인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지난 14일 정협 폐막연설을 통해 시 주석 1인 체제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공산당대회에서 이뤄질 최고지도부 인사를 앞두고 내부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위 주석의 연설 중 니혼게이자이가 주목한 대목은 “정치의식, 대국(大局)의식, 책임의식을 한층 강화하며”라는 부분이다. 당 지도부 전원이 모인 정치국 회의에서 사실상 합의된 내용은 정치의식, 대국의식, 핵심의식, 일치의식 등 4가지였기 때문이다. 위 주석이 의식적으로 시 주석을 영도자로 칭하는 의미의 ‘핵심’과 그에 대한 복종을 뜻하는 ‘일치’ 대신 ‘책임’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실제 올 초부터 시 주석과 가까운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잇따라 ‘핵심’이란 단어를 강조했고, 이는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굳히고 있는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이 신문은 당시 연설을 들은 정협위원들이 “지금까지는 시 주석의 ‘1인 무대’였지만 최고지도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 주석을 핵심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복종할 것도 없다는 일종의 저항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위 주석의 ‘저항’ 이유를 그의 출신 성분 및 중재자 역할론으로 해석했다. 위 주석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의 아들 덩푸팡(鄧樸方) 장애인복리기금회장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다. 상하이파의 일원이면서 태자당 인맥이기도 한 것이다.
위 주석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균형자’로 설명한다고 한다. 파벌 간에 분쟁이 생길 때 중재역을 한다는 의미다. 이 신문은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고지도부 7명 중 5명이 교체될 내년 당 대회에서 다른 파벌들이 시 주석을 견제할 경우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위 주석이 일찌감치부터 중재자를 자임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70세인 위 주석이 현 지도부 내 최고령자임을 들어 “내년 당 대회에서 물러나야 할 위 주석은 더 이상 누구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나이”라고 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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