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하나인데 후보는 셋이다.
슈틸리케호의 주전 원 톱을 향한 킬러 3인의 경쟁이 뜨겁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 오후 8시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통합예선 7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6전 전승으로 이미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해 첫 A매치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진검승부
대표팀의 최전방 자원은 이정협(25ㆍ울산현대)과 황의조(24ㆍ성남FC), 석현준(25ㆍ포르투)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 톱 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아 선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이 중 1명뿐이다.
3명이 동시에 소집된 건 처음이다. 작년 8월에도 한꺼번에 ‘부름’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정협이 K리그 경기 도중 안면 골절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공교롭게 이정협이 부상으로 태극마크와 멀어진 8개월 동안 석현준과 황의조가 성장했다. 석현준은 지난해 9월 라오스와 2차 통합예선 1차전 홈경기 때 A매치 데뷔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황의조가 역시 A매치 데뷔골을 쐈다. 주전을 향한 3명의 경쟁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동상이몽
3명 모두 확실한 원 톱을 꿈꾸지만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이정협은 ‘슈틸리케의 황태자’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무명에 가깝던 그는 지난해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에게 전격 발탁돼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슈틸리케 감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하지만 이번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만 놓고 보면 뽑히지 말았어야 할 선수들도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정협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2일 개막한 K리그 클래식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황의조는 자존심 회복이 목표다. 그는 올 시즌 클래식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공격수다. 큰 키에 발 놀림이 유연하고 득점 감각까지 갖춰 ‘제2의 황선홍’이 될 재목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지난 19일 수원FC와 원정 경기 후 김학범(56) 성남 감독으로부터 “실망스럽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쓴 소리를 들었다.
석현준은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구도에 변화를 줄 심산이다.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 3명 중 1명을 손흥민(24ㆍ토트넘)으로 사실상 낙점했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두 자리는 공격수가 아닌 포지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내심 와일드카드를 염두에 뒀던 석현준은 낙담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그는 22일 대표팀 훈련 전 인터뷰에서 “와일드카드로 불러주신다면 무조건 가고 싶다. (소속팀이 반대한다면) 어떻게든 설득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대표팀에서 확실한 한 방을 터뜨리면 신태용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
한편, 슈틸리케호는 이번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무실점 기록에 도전한다.
한국은 작년 8월 중국 동아시안컵 북한전(0-0)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 무실점(6승1무)이다. 9월 라오스와의 2차 예선(8-0)부터는 무실점 6연승이다. 한국이 레바논전에서 실점을 안 하면 1970년 세워진 8경기 연속 무실점(6승2무)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승리까지 챙기면 1978년과 1989년에 작성된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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