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관련된 돌연변이 유전자 발견
늦은 성장률ㆍ두꺼운 등지방 문제 해결
제주지역 재래흑돼지의 성장에 얽힌 비밀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는 제주 흑돼지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더딘 성장률과 두꺼운 등지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대학교 정동기 교수의 연구팀과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돼지 등지방의 두께와 연성(軟性)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검증 및 산업적 제어기술 개발 연구’에 대한 결과가 최근 세계적 유전체 분야 전문 저널인 ‘BMC Genetics’에 게재됐다고 23일 밝혔다.
농촌진흥청 차세대 바이오그린 21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를 통해 제주 재래흑돼지가 개량돼지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지고, 등지방이 두꺼운가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게 축산진흥원의 설명이다.
연구 내용을 보면 제주 재래흑돼지와 일반돼지 품종에서 골격계 근육과 성장관련 근육 연관 유전자인 ‘MYH1’(myosin heavy chain 1 gene)에서 제주 재래흑돼지 특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가 성장과 연관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제주 재래흑돼지를 100㎏까지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330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반 개량 돼지는 절반 정도인 160일이면 가능하다. 또 90㎏ 기준으로 일반 돼지의 등지방 두께는 2.5㎝이지만, 제주 흑돼지는 4∼5㎝로 훨씬 두껍다. 이처럼 제주 재래흑돼지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등지방 두께도 두꺼워 경제성이 일반 돼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주 흑돼지는 순수 재래흑돼지가 아닌 외국산 품종과 교잡해 개량한 것이다.
김영훈 축산진흥과장은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성장과 관련된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한 재래흑돼지 품종을 개량할 경우 성장도 빠르고 등지방도 얇은 흑돼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제주대 연구팀과 함께 제주 재래흑돼지의 학문적 특징과 산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해 3월 도 축산진흥원내 사육 중인 제주 재래 흑돼지 260여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제550호)로 지정했다. 제주 흑돼지는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으로 순수 혈통의 재래흑돼지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위기를 맞았지만, 1986년 우도 등에서 재래흑돼지 5마리를 찾아내 현재까지 특별 사육ㆍ관리하고 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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