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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용후핵연료, 외국 긴밀한 협력 필요

입력
2016.03.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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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78년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래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국론 분열,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상당한 비용을 치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 작년부터 우리는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에서 관리하기 시작하였으나,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뾰족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 걸음 나아가는 진전이 있었다. 작년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여개월 동안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거쳐 정부에 제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이 권고안 내용에는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저장 관리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밖에 안전한 관리시설을 마련하여 옮길 것, 국제규범이 허용하고 있는 국제공동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것 등의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국제공동 사용후 핵연료 관리시설의 설치 제안이 실현된다면, 현재 원전안에 저장되고 있어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국론분열 등과 같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관리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다만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가지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느 나라가 선뜻 맡아서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심을 누구나 갖게 된다.

그런데 지난달 ‘사용후핵연료를 해외에 맡겨 관리하는 것이 현실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원전이 없는 호주, 보다 구체적으로 남부호주 주정부기관인 왕립핵연료순환협의회(Nuclear Fuel Cycle Royal Commission)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ㆍ처분하는 관리시설의 설치에 대한 검토보고서 초안을 발표하였다. 국민적 동의에 기반한 초당적인 의사결정이 선결조건이긴 하나 이 시설이 호주 경제와 국민후생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남부호주는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 관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배경으로 최적의 지질여건, 강력한 암반구조, 안정적 정치상황 등을 제시하였다. 특히 정치적 합의와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운영이 202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고함에 따라,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시점에 실현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금번 검토보고서 초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한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5월 최종보고서가 발표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남부호주의 구체적인 사용후핵연료 국제공동관리 구상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사용후핵연료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관리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남부호주에서도 사용후핵연료를,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생긴 사용후핵연료를 맡아서 관리하려는 데 있어서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합리성이 통하고 경제성이 있는 곳이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원전을 운영하는 30여개국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국가간 협력과 국제기구와의 소통을 강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원전내 사용후핵연료 보관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점, 국제공동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설치에 있어 여러 가지 풀기 어려운 난제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보관ㆍ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노력을 허술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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