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첫 경기를 시작한 포뮬러원(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힌다. 매년 3월 호주를 시작으로 19~21개국을 순회하며 12개 팀 24명의 드라이버가 11월까지 레이스를 펼친다. 월드챔피언 결정방식은 각국의 대회에서 1위부터 10위까지 승점을 부여하고 전체 합산으로 결정한다. 관람객 수는 연간 400만명에 이르고 188개국에 중계돼 연간 50억명이 시청하는 높은 인지도를 보인다. 이는 최대 속도로 달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리만족시키는 매력 때문이다.
F1의 백미는 레이스 시작 직전 머신들이 일제히 엔진에서 뿜어내는 심장의 울부짖음이다. 이는 아반떼급 엔진으로(1,600cc) 1만8,000rpm과 800마력의 힘을 만들어 시속 350km의 성능을 갖추었다는 자신감의 포효인 것이다. 이러한 극한상황에서 진검승부를 하려면 엔진은 물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타이어 등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인 부품품질 또한 완벽해야 한다. F1머신의 한 대 제작비용은 100억원이 훌쩍 넘지만, 거대자본과 첨단기술, 전설의 드라이버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머신이라 부를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다.
F1의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은 레이스 우승이다. 1948년 모터사이클로 시작한 혼다는 1961년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혼다가 정식으로 F1을 시작한 해는 자동차를 만들고 2년 뒤인 1964년 독일 대회였다. 첫해의 성적은 초라했지만, 다음 해에 멕시코 F1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F1머신에 엔진을 공급하며 혼다를 단숨에 '기술의 혼다'로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작년 말 현대차는 17년간 최고급을 지향하던 에쿠스 브랜드를 과감히 접는 혁신을 단행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규모경영에서 가치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탑재한 신차를 출시해도 단기간에 프리미엄의 인지도를 얻기는 쉽지 않다. 현대차가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기술개발의 방향을 F1 머신과 같은 차별화된 기술에 역점을 두어야 할 때다. 그리고 혼다처럼 각종 레이스에 직접 참여하는 전략이 빠른 길이 아닐까.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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