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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정책금융, 해운업과 조선업 두마리 토끼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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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정책금융, 해운업과 조선업 두마리 토끼 잡나?

입력
2016.03.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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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해운사 지원 구조도
정책금융기관, 해운사 지원 구조도

지난 21일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등 정책금융기관들과 ‘초대형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위기에 처한 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12억달러(한화 약 1조3,900억원) 규모의 ‘대형 선박 신조(新造)’를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형 선박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정책금융기관들이 말하는 대형선박은 1만3,000TEU급 이상을 말합니다. 1TEU는 길이 20피트, 높이 8피트, 폭 8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말합니다. 따라서 1만3,000TEU급 선박은 컨테이너 1만3,000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하죠.

이런 대형 선박을 해운사들에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배경에는 전략적 판단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 스위스 해운사 MSC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대부분 1만8,000TEU급 선박을 여러 척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번 운행할 때마다 유류비 등 엄청난 비용을 감안할 때 대형 선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선박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대형 선박도 운항 시 물의 저항을 덜 받도록 설계돼 비용 절감 효과는 더 뛰어나다고 합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줄어들긴 했지만 절감한 비용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운송계약을 휩쓸다시피 하는 것입니다.

컨테이너선 게티이미지 뱅크
컨테이너선 게티이미지 뱅크

이는 우리나라 해운사들이 대부분 1만TEU급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니 매년 손실은 커졌습니다. 경기 회복만 기대하며 회새채를 발행했는데 이를 갚기도 힘들었습니다. 대형 선박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실정이었죠. 경쟁력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년 째 계속된 것입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이런 점을 감안, 1만3,000TEU 이상 급의 컨테이너선 10척 내외를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대형 선박을 구매해야 합니다.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바로 우리나라 조선사들에 맡기겠다는 게 정책금융기관들의 생각입니다. 산은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가장 좋다”며 “가격과 품질 면에서도 2위인 일본을 압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기에 빠진 해운업을 돕기 위해 또 다른 취약업종인 조선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석이조(一石二鳥),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그런 전략입니다. 물론 작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의 적자규모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1조3,000억원의 신조 지원이 큰 금액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조선업 부흥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해운사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현재 위기에 처한 해운사들이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조건을 달성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847%에 달했고, 현대상선은 2,000%를 웃돌았습니다. 최근 한진해운은 최근 영구채 2,200억원을 발행해 부채비율을 600%대로, 현대상선도 980% 수준으로 낮췄습니다만 추가적인 자구책이 없이는 ‘부채비율 400%’를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산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운사들의 부채 비율이 현재 500%를 웃도는 실정”이라며 “대주주의 유상증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확고히 말했습니다. ‘해운사들이 초대형ㆍ고효율 신조 선박을 발주할 때 투자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선박을 확보해, 중장기적인 영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번 지원책의 목표가 달성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또 하나. 해운사의 주요 운항 선박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벌크선, 탱커선, 컨테이너선이 그것입니다. 벌크선의 또 다른 말은 ‘산적화물’이라고 하며 ‘일정한 모양이 없이 흩어 쌓아 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탱커선은 우리말로 유조선입니다. 액체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이죠. 컨테이너선은 앞서 컨테이너 화물을 싣는 선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어려움은 주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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