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비자금 세탁” 37억 투자금 꿀꺽
檢, 국가보좌관ㆍ장군 행세 사기 친 일당 기소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등 실체도 없는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사업을 한다면서 30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W투자신탁 회장 곽모(64)씨와 화장품 제조업체인 M사 대표 김모(5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23일 밝혔다. 공범 김모(78)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곽씨 등은 2012년 7월 “국가 지하자금 세탁에 투자하라. 자금이 세탁돼 국내에 유통되면 4~6%의 이익을 배당해 주겠다”고 이모(여)씨를 속여 12억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비슷한 수법으로 박모씨로부터 25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했다. 먼저 M사 대표 김씨가 자신을 ‘팀장’이라고 소개하면서 피해자에게 접근, “투자자격을 인정받으려면 국가보좌관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면 뒤이어 곽씨가 ‘국가보좌관’으로 등장했다. 김씨와 곽씨는 “전직 대통령 정권 아래 해외 각국에서 유입된 자금이 금융실명제 도입, 전직 대통령 서거 등의 요인 때문에 지하자금으로 묶여 있는데, 이를 양성화하려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또 다른 김씨는 지하자금이 보관된 군 부대 창고를 관리하는 장군 출신으로 행세하면서 마치 실제로 지하자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자금 세탁은 불시에 비밀리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을 약 한 달간 서울시내 유명 호텔에 각각 묵도록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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