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놀러 왔다. 다 여자였다. 미혼도 기혼도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담배도 피울겸, 근처 천변 야외 벤치에 앉아 “여기 센 강이랑 비슷한 것 같아.” 어쩌구 하며 수다를 떨었다. 다들 담배 한 대씩 물고 있었다. 사르트르 한 명과 보부아르 세 명이 노니는 기분이었달까. 딱히 여권 신장과 정치권 막말 파동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었다. 후배 하나가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 저 아줌마 뭔데 꼬나보고 지랄이야?” 후배가 눈짓하는 쪽을 봤다. 예순 초반이나 됐을까.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이편을 노려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벌건 대낮에 담배 물고 있는 게 눈꼴 시렸던 걸까. 되지도 않는 너그러운 표정을 만들어 한동안 눈빛을 마주 쏘아주었다. 왠지 사춘기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동네가 낡아서 그래. 흐흐” 너스레로 무마하려 들었다. “이 동네 열라 후지다.” 후배가 말했다. “이 동네만 후진가, 대한민국이 다 그렇지.” 반대편 후배가 거들었다. “담뱃값은 택도 아니게 비싸졌고 말야” “담뱃값은 유럽이랑 이제 비슷해진 거지” 뭐, 이런 얘기들이 오갔다. 한 후배가 말했다. “선배, 이번에 투표할 거야?” “아니, 찍을 놈이 없어” 그 말에 후배 하나가 말을 얹었다. “근데 우리나라 대통령 여자 맞아?” 대답 없이 눈만 마주 봤다. 봄볕에 흩날리는 담배 연기가 예뻤다. 왠지 삶이 삶 같지 않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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