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금연구역?

입력
2016.03.23 10:17
0 0

후배들이 놀러 왔다. 다 여자였다. 미혼도 기혼도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담배도 피울겸, 근처 천변 야외 벤치에 앉아 “여기 센 강이랑 비슷한 것 같아.” 어쩌구 하며 수다를 떨었다. 다들 담배 한 대씩 물고 있었다. 사르트르 한 명과 보부아르 세 명이 노니는 기분이었달까. 딱히 여권 신장과 정치권 막말 파동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었다. 후배 하나가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 저 아줌마 뭔데 꼬나보고 지랄이야?” 후배가 눈짓하는 쪽을 봤다. 예순 초반이나 됐을까.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이편을 노려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벌건 대낮에 담배 물고 있는 게 눈꼴 시렸던 걸까. 되지도 않는 너그러운 표정을 만들어 한동안 눈빛을 마주 쏘아주었다. 왠지 사춘기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동네가 낡아서 그래. 흐흐” 너스레로 무마하려 들었다. “이 동네 열라 후지다.” 후배가 말했다. “이 동네만 후진가, 대한민국이 다 그렇지.” 반대편 후배가 거들었다. “담뱃값은 택도 아니게 비싸졌고 말야” “담뱃값은 유럽이랑 이제 비슷해진 거지” 뭐, 이런 얘기들이 오갔다. 한 후배가 말했다. “선배, 이번에 투표할 거야?” “아니, 찍을 놈이 없어” 그 말에 후배 하나가 말을 얹었다. “근데 우리나라 대통령 여자 맞아?” 대답 없이 눈만 마주 봤다. 봄볕에 흩날리는 담배 연기가 예뻤다. 왠지 삶이 삶 같지 않았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