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성능은 탄탄…쏠림 현상은 개선 과제
‘티볼리’는 쌍용자동차를 일으켜 세운 주역이다. 작년 1월 출시 이후 수출을 포함해 총 6만3,693대가 팔려나가 2004년 렉스턴(5만4,274대) 이후 단일 차종으로는 쌍용차 최대 연간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BMW ‘미니’와 폭스바겐 ‘골프’를 섞어놓은 듯한 깜찍한 디자인과 2,000만원을 전후한 합리적인 가격, ‘내 생애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젊은층을 공략한 판매전략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그런 티볼리에도 단점이 있었으니 트렁크가 423ℓ로 유모차 하나만 넣어도 꽉 찰 정도로 작다는 것이었다. 쌍용차가 이달 초 출시한 ‘티볼리 에어’는 차체 뒷부분을 24.5㎝ 키워 적재공간을 720ℓ로 늘렸다. 여행용 가방 4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늘어난 무게는 50㎏. 뒷부분만 무거워진 만큼 뒤뚱거리지는 않는지, 가속성능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제동거리가 늘어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2일 티볼리 에어를 시승했다.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출발, 인천국제공항을 돌아오는 105㎞ 구간이었고, 시승차는 가장 상위급인 RX 모델이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를 4,000까지 올리면서 속도를 꾸준히 올렸다. 티볼리와 비교하면 가속감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제원 상으로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티볼리 12.04초, 티볼리 에어는 12.35초로 별 차이가 없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반환점인 인천 하얏트 호텔로 가던 중 차량 통행이 없는 도로에서 제동력과 급회전 능력을 시험했다. 제동력은 무난한 수준. 쌍용차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시속 100㎞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티볼리는 42.4m 지점에서 완전히 멈추고 티볼리 에어는 42.5m에서 정지한다. 불과 10㎝ 차이다.
하지만 쏠림 현상은 상당히 거슬렸다. 차체가 높은 SUV들은 급회전 시 회전하는 반대 방향으로 차량이 기울어지는 쏠림 현상이 승용차보다 심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티볼리 에어의 쏠림 정도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뒷부분이 무거워지면서 쏠림 현상이 다소 있다”고 인정하면서 “시승차는 뒤 서스펜션이 토션빔 방식이지만 4륜 구동 사양을 선택하면 승차감이 좋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돼 쏠림도 적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티볼리 에어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차다. 운전석 앞쪽이나 문 안쪽 등 내장재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본기가 탄탄하다. 고속주행과 돌아오는 길 정체가 있었지만 연비는 13.0㎞/ℓ로 공인연비(13.8㎞/ℓ)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선택사양을 제외한 티볼리 에어 가격은 AX(수동변속기) 1,949만원, AX(자동변속기) 2,106만원, IX 2,253만원, RX 2,449만원이다.
한편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 계약실적이 2일부터 21일까지 14영업일 만에 2,2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정무영 쌍용차 상무는 “날이 갈수록 예약대수가 조금씩 늘고 있고, 같은 기간 티볼리 판매대수도 5,000대로 평소보다 증가했다”면서 “우려했던 티볼리 에어와 티볼리의 판매 간섭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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