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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슈퍼히어로, 정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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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슈퍼히어로, 정의를 묻다

입력
2016.03.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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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마블에 맞서는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 연합의 진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마블에 맞서는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 연합의 진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슈퍼히어로가 가는 곳은 항상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도시를 빼곡히 채운 고층빌딩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곳곳에 화염이 일렁인다. 장대한 스펙터클로 소비될 수 있는 이 장면 속에서 초능력 영웅들은 싸우고 또 싸운다. 인류를 위해서라는 명분은 간단명료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악당과 맞서기 위해 도시를 지옥도 속으로 몰아넣는 슈퍼히어로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가. 선한 의도를 지녔고, 선한 행동만 했다면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만약 이런 의문을 강하게 품은 자가 배트맨이라면. 배트맨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슈퍼맨이고, 슈퍼맨도 배트맨을 음습한 인물로 여긴다면. 그리고 둘의 적대감을 악용해 지구에 재앙을 드리우고 싶은 악당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다는,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설정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얹으며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인다. 어둡고 염세적이면서도 박진감이 넘치고 긴장이 흐르는 이야기 전개가 강력한 자장을 발휘한다.

부호인 브루스 웨인(벤 에플렉)의 아픈 과거와 그가 배트맨이 된 과정을 짧게 보여주며 영화는 출발선에 선다. 메트로폴리스(배트맨이 활동하는 고담과 만을 사이에 둔 이웃 도시로 묘사된다)에서 우주 악당과 맞서 싸우던 슈퍼맨(헨리 카빌)을 보며 웨인은 오해 어린 적의를 쌓는다. 슈퍼맨과 악당의 싸움 때문에 자신의 회사 빌딩이 무너지고, 직원들도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슈퍼맨의 선의에 의문을 품는다.

영화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두 축으로 놓고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배트맨은 불법적으로 악당들을 퇴치하는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자책하곤 한다. 어린 시절 눈앞에서 속절없이 부모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죄책감도 웨인을 괴롭힌다. 신적인 능력을 지닌 슈퍼맨도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정체성 때문에 고뇌한다. 사람들은 슈퍼맨을 경배하면서도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두려운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슈퍼맨에게 이중적인 태도를 지닌 인류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배트맨의 강박, 슈퍼맨의 자격지심은 서로에 대한 적의, 그리고 악당 렉스 루터(제시 에이젠버그)의 계략과 맞물리며 영화 후반부 거친 폭력으로 분출된다. 관객은 둘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보다 맞대결이 빚어내는 볼거리와 극적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와 만화 명가 DC코믹스가 마블 군단에 내미는 도전장이다. 영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 등을 내놓으며 흥행 영토를 넓혀가는 마블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마블이 유머로 무장하고 경쾌한 액션을 보여주며 관객을 즐겁게 했다면, DC는 진지하고 무겁다. 배트맨의 현실감이 깃든 무술과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액션의 질감도 마블 영화들과 다르다. DC코믹스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선두에 내세운 뒤 ‘저스티스의 리그’ 시리즈와 ‘원더우먼’을 제작하며 자신들만의 영화 소우주를 만들려 하고 있다. 시작은 좋다. 마블은 긴장하겠지만 관객은 라이벌의 등장이 즐겁다. ‘300’(2007)과 ‘맨 오브 스틸’(2013) 등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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