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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입력
2016.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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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월 23일

21세기의 인류는 시공간의 상대성을 알고 중력파를 발견했지만 267년 전 오늘 태어난 라플라스가 예견한 '악마'의 해법은 찾지 못했다.
21세기의 인류는 시공간의 상대성을 알고 중력파를 발견했지만 267년 전 오늘 태어난 라플라스가 예견한 '악마'의 해법은 찾지 못했다.

아인슈타인(1879~1955)이 상대성이론으로 뒤엉킨 시공간을 내보이기 이전, 그러니까 19세기 말의 물리학은 늙은 학문이었다. 뉴턴(1643~1727)의 법칙이 우주 만유(萬有)의 것들을 지배하던 시기, 시간과 공간이 따로 인간의 직관과 평면적 좌표, 유클리드의 세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포착돼 있던 시기였다. 과장하자면 당시 학자들에게 물리학은 이미 아는 법칙들을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면 경험적으로 검증하고 설명하는 일만 남았다고 여겼다. 사실 그것도 19세기 말 경에는 거의 완성된 단계였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 1749~1827)도 고전물리학의 질서를 수학적으로 규명한 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천재로 알려진 그는 16세에 대학에 입학해 19세에 석학 달랑베르의 제자가 됐고, 22세에 파리군사학교 교단에서 엘리트들을 가르쳤고, 24세에 이미 프랑스과학아카데미 회원이었다. 그는 고전 역학의 유체 운동과 지구의 모양, 블랙홀 등을 수학적으로 설명했고, 전자기학의 전위와 천문학의 중력 퍼텐셜(단위 질량 입자의 중력위치에너지)을 계산하는 데 쓰이는 ‘라플라스 방정식’ 등을 고안했다.

그가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1825)’(조재근 역, 지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발표한 건 숨지기 이태 전이었다. 모든 변수를 파악하고 계산하고 통제할 수만 있다면 완벽한 예측도 가능하다는 가설이 거기 등장한다. “자연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자연을 이루는 모든 존재들의 각 상황을 한 순간에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게다가 그의 지적 능력은 이 정도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는 우주에서 가장 큰 것의 운동과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을 하나의 식 속에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가 그의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가상의 존재를 19세기 이후의 인류는 ‘라플라스의 악마’라 불렀다. 신이 아니라 ‘악마’인 까닭은 그것이 과학의 산물, 인간 이성의 창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 챔프 이세돌 구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에서, 악마의 희미한 그림자를 본 이들도 있다. 그걸 의식한 듯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했다. 그리고, 달가워하든 않든, 슈미트가 말한 ‘인류의 승리’는 더 빈번하게, 더 압도적인 양상으로 인류를 놀라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인공의식’이 결합해 ‘딥러닝’하며 상황을 봐서 ‘의도적으로’ 한 판쯤 져주기도 하는 ‘베타고’가 등장할 수도 있다. AI의 진화를 어떻게 통제하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궁리해야 한다고도 한다. 어쩌면 인류는 그 해답도 새로운 AI에게서 구해야 할지 모른다.

267년 전 오늘(3월 23일) 라플라스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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