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 땐 진박과 힘든 싸움
당선 되더라도 정치적 미아 신세
새누리당 지도부가 22일 밤 9시 열기로 했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당 공천관리위도 대구 동을 공천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유승민 의원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배제, 단수추천, 무공천 등 세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단수추천은 가능성이 가장 낮다. 친박계가 유 의원에게 백기투항하는 모양새를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공천배제 경우에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점쳐진다. 공관위와 최고위가 유 의원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폭탄 돌리기’를 23일까지 계속한다면 무공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는 당적 이탈ㆍ변경이 금지돼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친박계가 유 의원에게 탈당을 강요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주 “유승민 스스로 (탈당이나 불출마를) 결단하라”고 했던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의 기류에는 변화가 없다. 이날도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당과 정체성이 다르니 나(유승민)는 당당하게 무소속으로 심판을 받겠다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리더가 되는 방법”이라고 탈당을 압박했다.
무공천으로 인해 무소속 출마로 기운다면 유 의원은 험난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간판을 뗀 인물 대결로만 선거가 진행된다면 승산이 있지만, 함께 무소속 후보로 나갈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측은 여전히 진박 후보임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소속 싸움이지만 ‘박근혜 대 유승민’ 프레임은 유 의원에게 여전히 큰 부담이다. 대구에 집중된 현역 물갈이에 대한 반감과 유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 ‘포스트 박근혜’를 대비한 대구의 인물육성론 등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가 그의 생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된다.
설령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유 의원의 정치적 운명은 전체 총선 성적표를 받아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 정국이 되거나 수도권에서 전패할 땐 중도층 포섭 차원에서 ‘합리적 보수’ 가치를 내세운 유 의원의 복귀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거나 선전할 땐 주류가 된 친박계가 유 의원을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실상 ‘정치적 미아’로 무소속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 의원의 미래는 선거 결과에 달렸다”며 “대구 유권자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유 의원을 선택한다면 전국적 인물로 발돋움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유승민계의 ‘3ㆍ15 공천학살’ 이후 일주일째 칩거 중인 유 의원과 측근 그룹은 이날 외부와 거의 연락을 끊었다. 한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결정을 끝까지 지켜본 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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