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3시 반까지, 무려 7시간 동안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적지 않은 비례대표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후순위 그룹에 포함돼 자포자기하고 있던 후보들이 중앙위 투표에서 기사회생하는가 하면, 당선이 보장된 선두그룹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보들이 속출했다. 더민주는 당선안정권을 15번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경우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전략 지명한 4명과 노동ㆍ취약지역ㆍ청년ㆍ당직자 등 4개 분야 1명씩 등 8명을 제외한 7명의 후보가 성별 및 득표순위에 따라 번호를 부여 받게 된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온 대표적인 후보는 김현권 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당선 가능성이 없는 C그룹(20위권 이하)에 속해 있다 순위투표에서 1위를 차지,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농어민을 대변할 의원이 당에 없었다는 사실에 착안, 처음으로 비례 후보를 추천해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며 “지역(경북)과 직능(농업)에서 모두 소수자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김 후보는 경북 의성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다.
같은 C그룹에 있던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간밤에 있던 중앙위 투표에서 6위, 여성 후보 가운데서는 3위를 차지하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제 대표는 문재인 대선후보 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가계부채 심각성 등에 대한 정견발표로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상위에 배치된 것과 관련, 직능중복 논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제 대표는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거시적 차원의 경제민주화이고, 나는 가계부채와 같은 미시적인, 민생복지에 가까운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후보는 더 많다. 당초 당선안정권인 A그룹에 포함됐던 후보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도덕성, 정체성 논란으로 아예 투표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과 다른 직능단체들의 반대로 논란이 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선두 그룹이었지만 투표에서 19위로 추락했다. 이 밖에 역시 같은 당선권 그룹에 있던 양정숙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심판위원과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순위 투표에서 각각 13위와 25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걸려 있던 B그룹 후보들 중에서는 이재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이 여성 후보로는 1위를 차지해 당선권으로 진입했다. 또 투표 성적은 10위에 그쳤지만 여성 후보로는 5위를 랭크 된 정춘숙 전 혁신위원도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정 전 위원은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지냈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가 밀던 교수진 등 전문가 그룹의 후보들이 뒤로 밀리고, 현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두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재야세력과 시민운동가들의 정치권 진입 통로이던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이 이번에도 그 역할을 한 셈이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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