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비례 순번은 그분께 맡겨야"
문성근도 "비례 2번 받아들여야"
"친노 작전 의혹에 후퇴" 분석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비례공천 논란을 두고 친노세력 내 해법이 갈리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강경파는 반발했고, 총선을 불과 한 달도 안된 현실에 방점을 찍은 온건파는 “김 대표 본인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던 대표적 친노 인사들은 말을 바꾸기도 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김 대표가 이들의 거친 단어 사용에 격노하면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위는 그 분에게 맡기는 것이 예의”라며 “김 대표의 정무적 판단과 군주적 리더십에 동의하지 않는 점이 많지만, ‘공’은 잊고 심한 욕설이 퍼부어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날 자신이 김 대표를 ‘영입된 절대 계몽군주'로, 비례대표 공천을 ‘고약한 선택' 등으로 비난했던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친노 장외인사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도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총선 승리가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도 지난 15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트위터에 “김종인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친노계인 정청래 의원 역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례대표 추천, 기본 상식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김 대표를 비판했지만, 22일에는 ‘당 총선 승리’만 강조했을 뿐 김 대표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김 대표가 자신들의 발언에 격노한 것은 물론 발언 자체를 친노 세력의 조직적 작전으로 해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하게 방향을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서운함, 그 이상의 감정을 가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을 그렇게 통째 내주고 싶냐. 영혼을 팔아먹은 인간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 중앙위원회가 친노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강 변호사는 “민주당, 망할려면 곱게 망하라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마음으로 이미 탈당했다”며 김 대표가 중심이 될 더민주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전날 팟캐스트 ‘장윤선ㆍ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65년 동안 선배들이 피 흘려 쌓은 민주당이 허술하게 보입니까”라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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