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폰 시장 한계 상황” 판단
16기가 399달러 역대 최하 가격
“특유의 새로움 찾아볼 수 없어”
시장ㆍ언론 반응은 썰렁하기만
애플이 크기와 가격을 대폭 줄인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선보였다. 그러나 과거 새 제품 발표 때마다 보여줬던 특유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이고, 시장의 반응도 썰렁하다. 다만 아이폰 역사상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점 때문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신작 아이폰SE를 공개했다. 전작 아이폰6S가 나온 지 6개월만의 신작이며 보급형으로는 2013년9월 아이폰5C 출시 이후 2년6개월만이다.
이번 아이폰SE에서 주목할 점은 혁신적인 기능이 아니라 대폭 낮아진 가격이다. 아이폰SE는 16기가 기준 399달러(46만원)이며 64기가는 499달러(57만원)로 아이폰 역사상 가장 저렴하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아이폰5S나 아이폰6S의 649달러(75만원ㆍ16기가)에 비해 40%가량 낮은 수준이다. 같은 보급형이었던 아이폰5C(16기가ㆍ63만원)와 비교해도 훨씬 싸다.
4인치인 화면 크기나 외형은 2년 전 나왔던 아이폰5S와 유사한데 성능은 아이폰6S 수준이다. 아이폰SE의 응용프로세서(A9칩)는 아이폰6S와 동급이며 아이폰5S보다 세 배 가량 뛰어나다. 아이폰6S와 같은 1,200만 화소 카메라에,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 동영상 효과를 내는 ‘라이브 포토’ 기능과 4K급 고화질 동영상을 촬영하다 원하는 장면을 저장하는 ‘4K 비디오 캡처’ 기능을 갖췄다. 아이폰SE은 이달 31일 미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1차 출시되며 한국은 제외됐다. 애플은 5월말까지 전세계 110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거 아이폰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나타났던 뜨거운 관심과 흥분은 사라졌다. AP통신은 아이폰SE 발표를 두고 ‘애플 발표에 관심이 적은 월요일’로 표현했으며 발표 직후 미국 정보통신매체 씨넷이 6,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0%가 “관심 없다”고 답했다.
과거 애플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보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놨지만 최근엔 정반대다. 애플의 그레그 조쉬악 마케팅 부사장은 “지난해 4인치 아이폰이 3,000만대가 팔렸고 특히 중국은 이 크기의 스마트폰 비중이 크다”며 철저히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애플이 이처럼 실속형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아이폰 7,478만대를 팔았으나 이는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고, 판매성장률은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최저인 0.4%에 그쳤다.
보급형 아이폰의 등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나 애플을 향한시각은 밝지 않다. 경쟁자들이 이미 중저가 시장 공략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갤럭시A시리즈와 J시리즈로 중저가 라인업을 갖춘 삼성은 올해도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고, LG전자도 듀얼카메라 등 프리미엄 기능을 갖춘 X시리즈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샤오미, 화웨이 등도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SE의 작은 화면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의 중저가 스마트폰은 대형 화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고려해 5인치대로 나오지만 아이폰SE는 4인치로 비교적 작아 얼마나 수요가 발생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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