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세가 확연하다. 15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월간 수출통계를 잡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는 중국 발 악재 등 해외 환경 탓만은 아니다. 우리 수출기업의 주력제품이 성숙기, 즉 정체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터 섬유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철강 가전 등의 분야는 심각하다. 기업들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검토나 구상단계에 있을 뿐 구체적 사업화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돌파구는 없는 걸까.
▦ 제약 분야에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인다. 우선 삼성그룹이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에는 세계 1위로 일어선다. 한미약품도 8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을 계약을 맺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또 바이오ㆍ제약 벤처기업인 셀트리온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지정요건을 갖출 정도로 훌쩍 성장했다.
▦ 세계 의약품시장은 연간 1,200조원으로 자동차(600조원)와 반도체(400조원)의 2~3배에 달한다. 제약시장 성장률은 연간 4~7%이며 2018년에는 1,5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파머징(Pharmerging) 국가라고 불리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제약시장의 성장률은 연간 10%를 넘는다. 파머징(Pharmerging)은 제약을 뜻하는 ‘Phar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을 합친 조어다. 선진국에서는 고가 브랜드 및 신약 사용이 늘고, 파머징 국가에서는 제네릭(복제약)과 비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의 88%를 차지할 것이란다.
▦ 국내 의약품 시장은 19조원 규모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미국 FDA승인 기준)이며, 임상시험 분야는 글로벌 제약회사들로부터 선진국 수준의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의약 분야에 우수 인력이 꾸준히 공급되기도 한다. 따라서 개척하기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시아의 의료 한류도 뜨겁다. 제약산업의 핵심은 혁신적 신약개발인데, 우리는 규제가 많은 편이다. 제약 강국의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의 혁파가 시급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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