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세종시청 인근 3생활권 건설현장을 촬영 중이던 폐쇄회로(CC)TV가 통째로 사라졌다. 다른 건설현장 인근의 CCTV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결과 이는 바로 건설현장에 있는 고가의 공구만 노려 훔친 A(57)씨의 짓이었다.
세종경찰서는 건설 현장에 보관 중인 각종 공구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4일 세종시 건설현장에서 전동드릴과 레벨기를 비롯해 1,940만원 상당의 공구를 훔치는 등 2012년 1월부터 최근까지 68차례에 걸쳐 2억 7,000만원 상당의 건설 공구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공구가 보관된 컨테이너 출입문 손잡이를 파이프렌치 등으로 부수거나, 방범창살을 제껴 침입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동종 범죄로 전과가 있는 A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를 이용한 것은 기본이다. 범행 현장에서 최소 1㎞ 이상 떨어진 곳에 자신의 차량을 세워두고 범행 장소까지 걸어갔다. CCTV를 비닐 봉지나 신문지 등으로 가렸다. 여의치 않을 때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CCTV를 돌려놓고 범행을 한 뒤 차량을 가지고 와 물건을 싣는 등 주도면밀한 범행을 이어왔다. 미쳐 CCTV가 있을 것을 확인 못한 채 범행을 저질렀을 때에는 CCTV 본체를 아예 떼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의 범행 모습은 여러 CCTV 영상으로 남아 있었다. 수년 전부터 건설현장의 공구가 계속 도난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끈질긴 수사로 지난해 A씨의 차량을 특정했다. A씨는 중이염이 심해 약간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특징도 파악했다. 그리고 은밀히 소재 파악에 주력한 경찰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교도소 친구들과 함께 있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을 확인한 뒤 공구 처리 루트 파악에도 나섰다. A씨는 “대전의 노상에서 그냥 팔았다”고 했다. A씨가 말한 장소에서 탐문한 결과 A씨가 장물업자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다. 경찰은 현재까지 파악한 A씨의 동선 등을 토대로 장물업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서 관계자는 “A씨는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건설현장의 비싼 공구에 대한 지식이 꽤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A씨의 여죄와 장물업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현장 관계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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