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교통망 덕 도주 쉽고
무슬림 거주 비율 높아 은신 가능
벨기에 출신 IS조직원 500명 넘어
22일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은 유럽연합(EU) 본부 및 EU 산하 국제개발협력본부 등 수많은 국제기구 건물이 자리한 명실상부한 유럽의 중심이다.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직후 미국 워싱턴과 함께 지목한 유력한 공격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상 유럽의 중심인 브뤼셀이 테러집단의 온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벨기에 브뤼셀은 우선 유럽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테러범들의 구미를 당기는 곳이다. 파리 테러 직후 살라 압데슬람 등 용의자들이 프랑스 국경으로부터 차로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이곳 브뤼셀로 도주를 감행한 것도 거미줄처럼 잘 발달된 브뤼셀의 교통망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지리적 특징 외에도 브뤼셀 무슬림 이민자들의 거주 비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점도 테러 발생 위험을 고조시켜왔다. 외신들에 따르면 특히 브뤼셀 외곽의 몰렌베크는 테러 전문가들 사이에 “유럽 지하디스트들의 테러 중심지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인구 9만4,000명 중 30% 이상이 무슬림일 정도인 몰렌베크는 본토 출신과 이민자 실업률 격차가 커 이민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영주권 없이 불법 체류하는 무슬림들 속에 테러범들이 쉽게 암약할 수 있다는 점도 브뤼셀이 이번 테러의 공격대상에 오른 사실을 잘 설명해준다. 실제 18일 체포된 파리테러 주범 압데슬람은 이곳 몰렌베크에 몸을 숨긴 채 대형테러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진주의정치폭력연구센터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IS 조직에서 활동 중인 벨기에 출신자는 500명을 넘는 수준이다. 벨기에 경찰은 지난 파리 테러 당시 “벨기에에 거주하는 중동계 청년들이 무장세력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미국 안보컨설팅 업체 수판그룹도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가담했다가 유럽의 고국으로 돌아온 지하디스트들이 급증해 이들이 현지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편 파리 테러 이후에도 자국의 테러 예방 대책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난 벨기에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벨기에 일간 데 테이트는 지난달 26일 벨기에 경찰 당국이 전화 도청을 통해 주요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전했으나, 파리 테러 주범에 대한 수사를 지속한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통신 흔적을 일절 남기지 않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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