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는 천 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다리가 있다. 멀리서 보면 돌무더기처럼 보이고 위에서 내려 보면 붉은 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돌들이 대바구니(籠)처럼 얽히고 설켜서 ‘농다리’라 이름 붙여진 이 다리가 고려 말에 세워진 이래 1,000년 세월을 견뎌올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선조들의 지혜 때문이다. 크기가 다른 돌을 교차로 쌓아 물의 저항을 줄였고 장마 때면 물이 다리를 넘쳐 흐르게 함으로서 거스르지 않는 양보와 배려의 미덕까지 남겼다. 좁다란 돌로 만든 상판을 빨리 건너겠다고 힘으로 부딪히면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길을 내 주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농다리를 건너며 ‘남을 위한 배려가 결국 자신에게 돌고 돌아온다’라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인심이 메말라가는 세상 속에서 이렇듯 선조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건넨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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