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을 떠난 농촌경제학자가 고향으로 돌아와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다.
윤석원(63) 중앙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직을 한 올해 초 강원 양양군 강현면 로뎀농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났으니 50년 만의 귀향인 셈이다.
윤 교수는 ‘쌀은 주권이다’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농촌경제학자. 중앙대 산업과학대학장과 한국농업정책학회장,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쌀 시장 개방 유예논의와 쌀 직불금 부작용 등 식량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의 한 복판에서 따끔한 지적과 여러 대안을 제기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윤 교수는 “평생을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농민을 연구해온 학자로 은퇴 후 꼭 농촌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고향에 내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인생 1막을 대학 강단과 연구실에서 보냈다면 2막은 농촌에서 농민들과 부대끼며 현장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정년을 2년 반 앞당겨 올 초 명예퇴직을 하고 고향인 양양에 내려왔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농촌 현장에서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고 싶었죠. 그래서 예정보다 빨리 학교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여느 귀농인들처럼 농촌경제학자에게도 농사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구덩이를 파는 것과 묘목을 심는 법 등 모든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수품종을 선택하는데도 토양과 기후 등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성공한 귀농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윤 교수는 요즘 미니사과인 ‘알프스오토메’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까지 1,500여㎡ 가량인 과수원에 205그루를 심었고, 작목반에도 가입했다. 직접 퇴비를 만드는 등 유기농 재배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는 “알프스오토메는 다른 작물보다 비교적 노동력을 적게 들이고 친환경으로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는 요즘이 행복하다”는 윤 교수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농촌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에 와보니 억대 소득을 올리는 부농(富農)은 극히 일부고, 대다수가 아직도 영세농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농업정책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답을 찾아봐야죠.”
양양=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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