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爺ㆍ할아버지라는 뜻) 지지지지지 지지지지 아유 레디(Are you ready?)~” “고치(高知)현은 이 모양이 되고 있다~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하지만 기운이 넘쳐나~” “밤샘을 해도 5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하지만 건강해” “고령 만세, 고치현 만세”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평균 연령 67세의 남성 5인조 신인그룹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은 젊은 층에게만 어울릴듯한 흥겨운 몸짓의 ‘테크노풍’이다. 랩으로 시작되는 가사는 지역의 고령화 실태를 풍자하는 듯 웃음을 자아낸다. 노래를 들은 노인들은 자신들이 연로했다는 느낌을 잊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고령화율 전국 2위인 고치(高知)현에서 결성된 5인조 그룹 ‘지(爺)-POP’의 데뷔곡인 ‘고령만세’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26일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게재된 뒤 3주 동안 재생 횟수가 36만건을 넘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상하의 흰색 수트에 선글라스, 중절모를 쓴 멋쟁이 ‘영감님’들이 등장해 댄스를 섞어 저음으로 노래하는 동영상은 코믹하면서 ‘중독성’까지 풍기도 있다. “고치는 장수의 고장, 불로불사도 꿈이 아니야” 같은 가사에 네티즌들은 “너무너무 멋지다” “기분이 우울했는데 할아버지들 영상을 보니 힘이 난다”는 등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최연장자인 야마다 히데타다(80) 할아버지를 비롯해 멤버 5명의 직업을 보면 어부, 어업협동조합 이사 등 아직도 생업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출발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추겼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쿄와 대도시로 떠나면서 노인들만 남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고치현이 추진한 ‘밴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할아버지들은 “이 정도로 반향을 일으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벌써 유명 연예인이 된 듯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일본에는 평균연령 80대의 할머니 그룹 ‘KBG84’를 비롯해 고령자들의 음악활동이 속속 화제를 뿌리고 있다. 주로 지역홍보 차원에서 활동 중이지만, 과거의 노인들처럼 뒷방에 머물지 않겠다는 ‘미래 노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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