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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립주의 외교ㆍ안보정책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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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립주의 외교ㆍ안보정책 노골화

입력
2016.03.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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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미국 워싱턴 시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총회장 외곽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트럼프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미국 워싱턴 시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총회장 외곽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트럼프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가 그가 집권하면 외교ㆍ안보정책의 핵심으로 ‘고립주의’를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립주의란 유럽ㆍ아시아 등지의 국제질서 유지에 관여하는 대신 미국의 국력을 내치에 집중한다는 대외 정책이다.

트럼프는 21일 워싱턴포스트 경영진 및 편집팀과 만난 자리에서 역대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안보 지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나토 소속 국가를 방위하는 데 미국은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이 나토 일에 관여할 필요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관련, “나토 동맹들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만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일례로 독일은 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70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 유럽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또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군사적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이 과연 효과적인 평화유지 세력이 될 능력이 있는지 심히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 대해 특유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부유하고 위대한 산업국가”라며 “막대한 안보 지원에도 불구, 미국은 해 주는 것만큼 공평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개입으로 전략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은 과거에 매우 힘 있고 매우 부유한 국가였지만 지금은 가난한 채무국”이라며 “미국은 외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선캠프 외교ㆍ안보팀 일부도 공개했다. 캠프에서 외교ㆍ안보분야 자문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주요 인사 5명의 실명을 언급했는데, 이 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연방 상원의원이 이끌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먼저 월리드 파레스 미 국방대학교 교수를 거론하면서 ‘대 테러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파레스 교수는 중동 문제와 국제안보 이슈와 관련해 미 의회 청문회에도 출석해 증언한 바 있는 인물이다.

또 에너지업계 중역인 카터 페이지, 경선 중단 후 트럼프 지지선언을 한 벤 카슨의 참모 출신인 조지 파파도폴로스, 국방부 감찰관을 지낸 조 슈미츠, 육군 중장 출신의 정보기술(IT) 기업 고문 케이스 켈로그 등 4명을 차례로 거명했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좀 더 있지만, 현재 접촉 중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워싱턴 주변에서는 이날 공개된 인사 중에 거물급이나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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