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새로 만들어진 말이나 갑자기 사용이 증가한 말들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집밥’과 ‘친오빠’라는 말의 사용 증가다.
본래 밥은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해 먹는 것이기에 집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은 따로 없었다. 집에서 먹는 밥은 그냥 ‘밥’이고 어쩌다 한 번씩 밖에서 먹는 밥을 가리키기 위해서 ‘외식’이라는 말이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상당히 달라졌다. 외식이 점차 일상화되고 그에 따라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밥을 따로 가리킬 말이 필요해졌다. 빅데이터 분석가들에 따르면 최근 일상적인 대화에서 음식을 ‘만든다’는 말보다 ‘먹으러 간다’는 표현이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지난 연말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비의 40%를 외식비로 지출했다고 한다. ‘집밥’이란 말이 탄생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말은 아니지만 ‘친오빠’의 사용 증가도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는 상당히 낯설다. 그냥 ‘오빠’라고 하면 당연히 친동기간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고,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은 ‘친척 오빠’ ‘선배 오빠’ 등으로 구분해 쓰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오빠’는 대개 연인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젊은 여성들이 ‘우리 오빠’라고 하는 사람은 대개 남자친구거나 심지어 남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어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해외 한류 팬 중에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서는 남매간에도 결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언어사용이 지속된다면 머잖아 ‘오빠’는 연인을 가리키는 말에 자리를 내주고 ‘친오빠’만이 손위 남자형제를 특정해 부르는 말로 굳어지게 될지 모르겠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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