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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아내 마저 '구원커플' 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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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아내 마저 '구원커플' 팬이에요"

입력
2016.03.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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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구원커플’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진구가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인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KBS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구원커플’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진구가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인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선 굵은 외모와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말투 때문에 절절한 멜로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데뷔작 SBS ‘올인’ 이후 별다른 히트작이 없던 탓에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와는 무관한 배우로 살아가지 않을까 여겼다. KBS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나기 전까지 배우 진구(36)는 그렇게 착각하며 살았다.

특전사령관의 무남독녀 외동딸 윤명주(김지원) 중위와의 애절한 사랑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는 진구는 의리와 박력이 넘치는 특전사 서대영 상사를 연기하며 ‘태후’ 시청률 상승에 공헌하고 있다. ‘구원(진구ㆍ김지원) 커플’이 ‘송송(송중기ㆍ송혜교) 커플’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라는 평도 나온다.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 동안 센 역할만 해서 그런지 낯간지러운 대사를 할 때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라마 반응이 뜨겁다. 자신도 ‘본방사수’ 중인가?

“당연하다. 영화 촬영하느라 8회 빼고는 다 ‘본방사수’했다. 반응이 좋으니 신나서 보게 된다. 방송이 끝나고 온라인에 올라오는 기사도 꼼꼼히 다 찾아본다. 최근에는 안 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시작했다. 드라마 방송 날인 수요일과 목요일에 팔로워 수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사람들이 왜 SNS를 하는 지 알겠다. (웃음)”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게 처음 아닌가?

“데뷔작이었던 SBS 드라마 ‘올인’(2003) 이후로 이런 뜨거운 사랑은 처음이다.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도 잘 안 난다. 첫 출연작이라 ‘올인’ 때 지금보다 더 신나긴 했다. 그 때 이 바닥을 약간 우습게 보기도 했다. 이후에 ‘영원히 잘 되는 건 없구나. 거품이구나’란 걸 느꼈고 많이 배웠다(웃음). 이번에는 그때보다 연륜이나 내공이 생겨서 그런지 덜 들뜨긴 한다. 인기에 많이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중이다.”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출연작들 중 어마어마하게 히트친 작품도 없고 작은 역할로 출연했던 영화 ‘명량’이나 ‘연평해전’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청률이나 흥행에 별로 기대가 없는 편이고 마음을 비운다. 잘 되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잘 안되면 술을 많이 마신다(웃음).”

-영화 ‘연평해전’(2015) 이후로 군인 역할이 두 번째다. 유독 강인한 남성성이 부각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골라서 하는 건 아니고 그런 작품 위주로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강하고 센 역할들이 주로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실 연기할 때 편하긴 하다.”

-실제 성격도 그런가?

“남자다운 면도 있고 여린 감성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보고 잘 우는 걸 보면 정말 여리다. 센 성격도 있긴 하지만 사람을 때리거나 그렇지는 않다. (웃음)”

KBS‘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 역의 배우 진구. 이정현 인턴기자
KBS‘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 역의 배우 진구. 이정현 인턴기자

-서대영 역에 캐스팅 된 배경을 말해달라.

“나한테 섭외가 들어오기 6개월 전에 이미 캐스팅이 완료됐었다고 들었다. 그 전부터 지인에게 이 드라마와 서대영이란 인물에 대해선 들었던 적이 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 서 끌리기도 했다.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미 내 자리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촬영장에 커피나 사 들고 놀러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섭외가 들어왔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역할 하나로 여성 팬들이 엄청 늘었을 것 같다.

“맞다(웃음). 그 동안 맡은 역할들 때문에 남성 팬들만 있다가 여성 팬들이 반응을 보여 주니 기분이 좋다. 뭔가 새 출발하는 느낌이다. 남성 팬들만 있었을 때는 가리는 것도 없고 털털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아서 조금 피곤해지긴 했다. 그래도 좋은 변화다.”

-극중 로맨스를 펼치는 김지원이 실제로 12살 어리다. 첫 만남은 어땠나?

“과거에 지원이가 출연했던 모 음료 광고를 보고 소속사 관계자한테 ‘일본 소녀처럼 생긴 저 배우 우리 회사로 영입하자’고 할 정도로 원래부터 팬이었다. 촬영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지 않았고 생각보다 새침하지도 않더라.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다. 윤명주를 연기하는 배우 김지원은 정말 멋있다. 물론 김지원이 연기하는 윤명주는 서대영에게 사랑스럽고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김지원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평소에 둘이 연습을 엄청 한다. 사실 우리는 송중기ㆍ송혜교 커플보다 촬영 분량이 많지 않아서 (드라마 속 특전사)알파팀의 다른 후배들과 산책도 하고 잘 어울려 놀았다. 놀면서 대사 연습을 하는 거다. 정말 뜬금없는 상황에서 서대영 상사의 대사를 연습해서 지원이가 오히려 촬영 때는 하나도 안 감동적이라면서 진짜 서대영 내 놓으라고 할 정도다. (웃음)”

-서대영은 윤명주를 사랑하지만 신분 차이로 그녀에게서 도망가곤 한다. 실제 진구라면 어떻게 할까?

“사령관의 딸을 사랑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웃음). 그 입장이 되면 나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마음 속에 담아두고 우연히 마주치면 가슴 아파하고.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지켜야 할 선은 지키고 아파할 땐 아파하고 달려들 때는 또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윤명주와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최근 방송에서 윤명주가 지진 현장에서 내가 다쳤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너에게서 도망쳤던 모든 시간들을 후회했겠지’란 서대영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오글거리긴 한데 유독 기억에 남는다. 더 오글거리는 장면이 많이 남았다(웃음).”

-김은숙 작가 특유의 낯간지러울 만한 대사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대본을 받으면 (송)중기가 꼭 전화를 해서 ‘형 대사 중에 진짜 말도 안 되는(낯간지러운) 대사 있어’라면서 약을 올렸다. 나는 오히려 그런 대사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평소 로망이었다. 여성 팬들한테 인기를 얻고 싶고 스타가 되고 싶어 데뷔했는데 다 센 역할만 하느라 그렇게 달콤한 대사는 해 본 적이 없으니 아쉬웠다. 오히려 감독님과 작가님이 ‘진구씨, 이런 거 시켜서 미안해’라고 하셨는데 정작 나는 신나고 좋았다.”

-아내는 반응이 어떤가?

“열혈 시청자다. 슬픈 장면에서 울기도 하고 진짜 시청자처럼 본다. 내용을 스포일러하지 말라고 나한테 신신당부한다.”

-상대 배우인 김지원을 질투하진 않나?

“전혀 안 한다. 오히려 ‘구원커플’의 팬이다.”

-다른 배우들과는 친해졌나?

“촬영 전에 친목도모를 충분히 한 편이다. 다들 털털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송혜교와는 ‘올인’ 때 처음 만났는데 당시 우러러보던 스타와 지금 한 앵글에 담겨 연기한다는 게 신기하더라(웃음). ‘내가 많이 컸구나’란 느낌과 송혜교를 보면서도 안 떨리는 내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네 명이 함께 양평 물놀이도 다녀왔다. 그 때 술 먹으면서 드라마 이야기도 많이 했다. 송혜교가 느낀 서대영, 송중기가 느낀 서대영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구원커플’에 대한 분량을 늘려달라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만약 분량이 더 많았다면 지금 같은 좋은 장면들은 안 나왔을 것 같다. 지원이와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었고 그래서 더 임팩트가 컸던 것 같다.”

-‘송송 커플’의 인기가 부럽지는 않나?

“부럽거나 혹시라도 송송커플을 이긴다면 반칙이다. 그 커플이 30일 촬영을 하면 구원커플은 한 10일 정도 찍는다. 20일은 그 커플 약 올리려 놀러 갔고(웃음). (인기 비중이)50대 50 정도만 되면 좋겠다.”

-극중 유시진 대위와의 브로맨스도 화제다.

“윤명주와의 로맨스보다 더 소중하기도 하다(웃음). 더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지 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최근 서대영의 욕설 대사가 화제가 됐다. 기분이 어땠나?

“영화를 워낙 많이 해서 이 정도 대사는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촬영하는 날 ‘아 맞다. 이거 안 되는 대사인데’란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한테 물어 봤더니 분명 욕 나오는 상황이니 일단 연기를 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 할 것 같으면 편집을 하겠다고 하시더라.”

-최근 아들을 얻었다. 아빠 진구는 어떤가?

“안아주고 예뻐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말곤 딱히 해주는 게 없다. 빨리 커서 같이 운동하고 여행하는 게 로망이다. 육아 예능에도 관심이 많다. 아이와의 시간을 앨범처럼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도 동의했다. 꼭 출연해보고 싶다.”

-‘태양의 후예’로 얻은 것과 잃은 게 있다면?

“죽기 전까지 연기하는 게 꿈이었지만 ‘올인’ 때만큼의 시청률이나 반응은 없을 거라고 포기하고 살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의 인기가 뜬금없는 선물처럼 느껴지지만 기분이 좋다. 데뷔 이래 최고의 관심을 얻었으니까. 잃은 건 동네 마트에 갈 때 편하게 입었던 운동복과 슬리퍼가 아닐까? (마트 주인이)평소 한 번도 아는 체 안 하시다가 이제는 알아보시고 사진까지 같이 찍었다(웃음).”

-남은 방송의 관전 포인트를 말해달라.

“지금보다 훨씬 빠른 전개에 에피소드들도 많다. 눈물과 감동도 많아진다. ‘구원커플’에 대한 분량도 지금보다 많아질 테니 기대해달라. 송송커플은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나(웃음)? ‘송송커플’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겠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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