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막을 내렸다. 처음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4대1로 승리를 거두면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기술 발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앞으로 똑똑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미래학자들은 운전사와 택배기사뿐 아니라 의료 법률 금융 등의 전문 직업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AP통신, 블룸버그 등 해외 매체뿐 아니라 국내 일부 언론들도 로봇기자를 기사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러다 일자리를 잃는 거 아니냐는 걱정 섞인 대화가 오갔다. 이번 바둑대결은 언론인들에게 로봇 저널리즘에 도태되지 않기 위한 인간의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일자리만 대체하는 게 아니다. 사냥 외에 다른 작업을 하는 사역견(使役犬) 가운데는 치료견이 있다. 치료견은 노약자나 신체 부자유자,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준다. 사람들은 훈련 받은 개를 어루만지면서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치료견의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동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 상품화된 물개 로봇 ‘파로’는 52㎝길이의 하프 물범 인형으로 일본과 유럽 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로봇 내의 센서가 접촉 강도를 파악해 쓰다듬는 형태에 따라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름을 부르면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품에 안아주면 스르르 잠이 든다. 인형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연구 결과 파로가 노인들의 심리치료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덕분에 파로는 5,000달러의 고가지만 현재까지 1,000만대가 넘게 팔렸다. 파로가 치료견과 동등한 역할을 하는데다 대소변을 치우지 않아도 돼 더 장점이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진짜 치료견과 파로는 같은 효과를 발휘할까.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캐런 소드버그 박사팀은 로봇 동물과 실제 동물이 치료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00여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한 그룹에는 치료견, 다른 그룹은 파로, 또 다른 그룹에겐 단순한 인형 장난감을 준 결과, 노인들은 인형 보다는 치료견과 로봇 동물에 더 많이 말을 걸고 만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들은 로봇 동물보다 치료견에게 더 많이 말을 걸고 쓰다듬었다. 하지만 치료견도 파로도 인지능력이나 정신장애 개선에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은 파로와 함께 하며 대인 수줍음을 극복했고,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의 노인들은 개에게 말을 걸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노인에게는 대부분 덩치가 큰 치료견의 대소변을 치우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 장점 때문에 파로가 치료견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다. 치료견들이 일자리를 뺏긴 걸까 아니면 엄격한 훈련을 받지 않고 일반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어 더 행복해질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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