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주변국들 간에도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2일 일제히 미군이 남중국해에 면한 필리핀 내 군사기지 5곳을 사용키로 한 결정을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남중국해와 주변 지역에서 군사력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군사기지화를 부추기는 행위이다”며 “미국은 지역 내 긴장 고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구시보도 “역외국가인 미국의 남중국해 문제 개입은 패권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사용이 제3자를 겨냥해선 안되며 타국의 주권과 안전보장 이익을 침해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반발은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 결정이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18일 미군의 재주둔을 결정한 기지는 중국이 지대공미사일과 전투기를 배치한 남중국해 시사군도(西沙群島) 인근 팔라완섬 등에 위치해 있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 역내외 국가들 사이의 충돌과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 어선 2척이 말라카해협에서 인도네시아 해군으로 추정되는 선박으로부터 총격을 받는가 하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두고 중국 해군과 인도네시아 해군이 물리적 충돌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최근 들어 중국 어선과 베트남 어선의 충돌도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호주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일본도 미국 및 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변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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