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임시ㆍ일용직에 장시간 근로
저소득층 비율 3년새 10%p 급증
초등생 자녀 54% 혼자 시간 보내
“근로빈곤 차상위 계층 지원 늘려야”

“아이가 밤에 39도 넘게 열이 나도 집에서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버틸 때가 많아요. 응급실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응급실까지 가는 택시비도 만만치 않아서요…”
2013년초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네 살 딸을 키우고 있는 김선아(32ㆍ가명)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눈물을 삼킨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서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살 곳이 마땅찮았던 김씨 모녀는 한동안 서울의 한 쉼터에 머무르다가 2014년말부터 한 원룸에서 지낸다. 여성가족부가 거주비를 일정액 지원한다. 지난 해 5월부터는 전화상담사로 취업해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원룸은 2년이 거주기한이라 올해 말 비워야 하고, 일자리도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월급(118만원)은 월세와 관리비(30만원), 차비ㆍ식료품비ㆍ아이돌보미 비용을 대기도 벅차다. “딸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쉼터에서 자라서인지 정서불안 증상이 있다”는 김씨는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50분 치료에 10만원이나 들어 한 번만 받고 포기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월 143만원도 못 벌어”
한부모 가족의 형편이 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전국 한부모 가족 2,552가구를 조사한 여성가족부의 ‘2015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 등 저소득 한부모 가구는 한부모 가구의 41.5%였다. 처음 실태조사를 했던 2012년(30.4%)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차상위 및 저소득 한가구(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52%ㆍ2인 기준 143만원 이하)가 한부모 가구의 28%, 기초생활 수급 가구가 13.5%였다.
주거 상황도 나빠졌다. 2012년에는 자가 소유(23.5%)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보증부 월세가구가 26.4%로 가장 많았다. 보증부 월세는 2012년(17.8%)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자가소유는 21.2%로 줄었다. 가구소득은 월 189만6,000원으로 전체가구 평균소득(389만7,000원)의 절반이 안됐다. 금융자산ㆍ부동산 부채 등을 고려한 순자산액은 6,638만원으로 전체가구 순자산(2억8,065만원)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한부모 대부분은 영세한 업체에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의 절반은(48.2%)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임시ㆍ일용근로자 비율(36.7%), 종사자수 1~4인의 영세 업체에 다니는 비율(45.5%) 등을 보면 한부모 상당수가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인 것으로 분석됐다.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미취학 자녀의 12%, 초등생 자녀의 54.4%는 평일 일과 후 돌봐주는 어른 없이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병원도 못 가요”
이런 형편이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가구도 적지 않았다. 한부모 가구 5가구 중 1가구(20.8%)는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절반 이상(53.6%)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왔지만 상담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5가구 중 1가구(20.2%)는 ‘최근 1년간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끼는’ 우울 증상을 경험했지만, 병원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는 5.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혼자서 참았고(54%), 술을 마시거나(21.9%), 친구ㆍ가족에게 이야기(13.6%)했다.
자녀와의 여가활동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부모는 중고등학생 자녀와 쇼핑은 연 평균 4회, 영화ㆍ공연 관람은 2.1회, 여행은 0.7회 했다. 반면 ‘2014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9~24세) 가구는 부모와 자녀가 쇼핑은 연 11.4회, 영화ㆍ공연관람은 6.3회, 여행은 4.2회로, 한부모 가구보다 2~6배 정도 많았다.
한부모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은 생계비ㆍ양육비 등 현금지원(65.7%)이 가장 많았고, 시설ㆍ임대주택 등 주거지원(13.5%), 건강지원(5.7%) 아이돌봄 관련 서비스 지원(5.5%) 등이었다.
김은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부모 가족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빈곤한 ‘근로빈곤층’이 많다”며 “한부모 중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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