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은 구름이 드리운 잔뜩 흐린 날이었다. 방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어수선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한가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본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쓴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의 도입부다. 인공지능으로 소설을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일본 연구자들이 지난 21일 도쿄 도내에서 보고회를 열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직후 열려 특히 관심을 불러모았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쓰바라 진(松原仁) 공립하코다테미래대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쓴 4편의 단편소설을 SF작가 호시 신이치(星新一)씨의 이름을 붙인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 응모했다. 작품은 상을 받는데 실패했지만 일부가 1차 심사를 통과한 경우도 있었다.
기초작업은 물론 인간이 했다. 연구진은 대략의 플롯(구성)을 부여하고 인공지능이 주어진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사람이 ‘언제’ ‘어떤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다’는 등의 요소를 문장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하면 인공지능이 관련 있는 단어를 자동으로 골라 문장을 만드는 식이었다. 도입부의 경우 날씨나 주변상황 등에 대한 변수를 제시했다고 한다.
마쓰바라 교수는 “1차 전형을 통과한 것은 쾌거다, 다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미리 스토리를 결정해야 해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향후 인간의 창의력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응모작에 사용된 인공지능을 개발한 나고야(名古屋)대 사토 사토시(佐藤理史) 교수는 “몇 천자에 달하는 의미있는 문장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면서 “인공지능이 사용한 언어가 이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앞으로 스토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인공지능도 연구해 2년후 인간의 개입 없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요미우리신문은 “향후 의료나 금융투자 분야에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 인간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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