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8> 이날 한국기원에서는 최명훈, 목진석, 김지석, 이동훈을 비롯한 젊은 국가대표선수들이 함께 이 바둑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초반에 흑이 상변에서 크게 손해를 봤기 때문에 지금은 백이 확실히 우세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데 다음 순간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이세돌이 좌하귀에 1로 걸쳤을 때 모두들 백이 <참고도> 1로 받고 흑은 좌상귀에 침입하는 정도의 진행이 되겠지만 그래도 흑이 형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알파고가 갑자기 손을 빼서 2로 중앙을 지킨 것이다. 물론 충분히 한 수의 가치가 있는 두터운 자리지만 지금 이곳을 두다니 누가 봐도 너무 한가한 느낌이다.
이세돌도 잠시 착수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파고의 대리인인 아자황을 흘깃 쳐다보고는 바로 3으로 양걸침했다. 통렬한 일격이다. 이때부터 갑자기 알파고의 착수가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의 실전 진행은 지금까지 알파고가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전히 하수의 행마다. 순식간에 중앙이 몽땅 흑집으로 굳어져서 이제는 흑에게도 역전의 희망이 생겼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