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동산 업계는 총선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총선은 부동산 정책 자체가 바뀌는 대통령 선거만큼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총선을 피해 아파트 분양 일정이 조정되거나 지역구 개발 공약에 따라 집값이나 땅값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총선이 있던 달에 아파트 분양물량은 그 전후 달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부동산114 집계 결과 2000년 이후 치러진 4번의 총선에서 선거가 있던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 4월의 월평균 분양물량(민영 아파트 기준, 임대·공공분양 제외)은 1만4천464가구로 3월의 2만1천816가구에 비해 33.7% 감소했다.
총선 달인 4월의 분양물량이 3월에 비해 평균 7천352가구 줄어든 것이다. 이후 5월의 평균 분양물량은 2만279가구로 총선이 치러진 4월에 비해 다시 40.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4월 총선을 피해 미리 분양이 가능한 것은 3월로 최대한 앞당기고, 3월 분양이 어려운 것은 5월로 미룬 단지가 많은 것이다.
이에 비해 총선이 없던 해는 3월에 비해 4월 분양물량이 더 많았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총선이 있던 해를 제외한 나머지 12년 간의 4월 평균 분양물량은 1만8천339가구로 3월의 1만5천781가구에 비해 16.2% 많다. 이른 봄인 3월보다는 총선이 없던 4월에 분양물량이 증가했던 것이다. 또 5월에는 평균 2만4천493가구가 분양돼 4월에 비해 평균 33.6%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총선이 있던 4개년도는 모두 4월 들어 분양물량이 줄었고, 총선이 없던 12개년도 중에선 2003년과 2005년 두번만 4월에 분양이 줄었을 뿐 나머지 10개년도는 4월에 분양물량이 증가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팀장은 "총선이 있는 달은 선거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홍보효과도 낮기 때문에 선거전에 한창인 4월 중순까지는 분양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무래도 분양물량이 총선 직전, 직후 달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이 있는 올해 4월 분양은 어떻게 될까. 현재 민간 건설사가 다음달 분양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총 4만4882가구다. 이는 이달 분양물량인 3만5457가구(계획 포함)보다 26.6% 많은 것이다. 그러나 역시 다음달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 가운데 일부는 5월로 이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인허가나 분양승인 문제 등으로 분양이 늦어지는 자연 이월분과 함께 총선을 피하기 위해 모델하우스 오픈과 청약 일자를 총선 뒤로 조정하는 업체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5월 분양계획 물량이 3만4000여가구인데 4월 이월물량으로 인해 실제 분양실적은 이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규 분양과 달리 일반 아파트값과 총선 이벤트 사이에는 뚜렷한 경향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4월 총선 달의 아파트값은 서울이 1.08%, 전국 0.66%로 3월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으나 2008년 4월 총선 때는 서울 0.49%, 전국 0.33%로 전월에 비해 오름폭이 다소 둔화됐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은 총선 자체 변수보다는 구체적인 공약이나 여·야의 의석수 변화 등에 따라 국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올해는 총선 공약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약이 집값의 변수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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