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셀프 비례대표’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언급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받았던 당시와 현재 정치 상황이 다름에도 야권의 상징인 DJ를 논란에 끌어들여 감정적 공분을 산 것이다.
김 대표는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3대 총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돈이 없어서 앞 번호를 못 받고 12번을 받았기 때문에 평민당 여러분이 안 찍어주면 김대중이 국회도 못 가니 표를 달라’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나는 그런 식으로 정치 안 한다. 솔직하게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2번 달고 국회의원을 하나, 12번 달고 국회의원을 하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당은 즉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희생과 헌신의 자세로 비례대표 후순위를 자청해 받은 것과 김 대표의 셀프공천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을 모욕하며 자신의 구태 행보를 모면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의 발언은 고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민주당 역사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며 “막가파식으로 당의 역사를 모욕하려면 당사에 붙어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초상화부터 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의 발언은 DJ정신 계승을 당헌으로 못 박고 있는 더민주 내부의 반발도 불러 일으켰다. 더민주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김 대표가 DJ를 부정적으로 언급해 그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며 “당의 총선 전략에 심각한 피해를 준 것을 본인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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