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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는 부모 숙제” “입시와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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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는 부모 숙제” “입시와 동떨어져”

입력
2016.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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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작업 많아 무임승차 빈번”

“남학생 불리” 등 불공정 시비도

필기시험 만큼 안정성 확보 안돼

교사들은 이중부담 우려에 난색

평가 신뢰성ㆍ실행 여건 미비 지적

시ㆍ도 교육청은 적극 수용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학생 아들이 지난 학기 내내 수행평가에 시달렸다. 파워포인트로 발표자료를 만들고 동영상을 편집하느라 주말에도 새벽에 잠들기 일쑤였다. 조별 작업인데 몇 명 모였다가도 학원 간다고 금세 흩어져 아들이 과제를 떠안는 일이 반복됐다.”(학부모 A씨)

“재작년 담임교사였을 땐 수행평가 취지대로 학생의 과제해결 능력을 살피는 관찰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과전담교사가 돼 300명 대상으로 수행평가를 하다 보니, 한명한명 들여다볼 여력이 안됐다. 결과물이 나빠도 평소 잘한 아이라면 이를 참작해 평가했겠지만, 불가능했다.”(초등학교 B교사)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도 학생 교과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한 교육당국의 방침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암기력 평가 위주의 선다형 필기시험 대신 학생이 과제수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정책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나 실행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나온다.

초ㆍ중ㆍ고 모든 과목 ‘수행 100%’ 평가 가능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ㆍ중ㆍ고에서 수행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안이 다음달 초 시행된다. 수행평가로 학업성적 100% 산출할 수 있는 교과는 기존 특성화고의 전문교과에서 앞으로는 초ㆍ중ㆍ고 교과 전반으로 확대된다.

시ㆍ도 교육청도 이같은 정부 방침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개정지침을 바탕으로 ‘중등평가 시행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다. 중ㆍ고등학교 지필평가를 학기당 1회로 제한하고 고3을 제외한 전 학년에서 수행평가 및 서술형ㆍ논술형 평가 비중을 총 배점의 최소 45%, 최대 100%로 늘리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산교육청 역시 관내 중ㆍ고교 교과별 학생 성적에 수행평가를 40% 이상 반영하도록 했다.

학부모 “수행평가 문제 많아”

당국의 적극적 자세와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행평가 제도가 국내에 도입(1999년)된 지 18년째를 맞았지만, 지필평가를 대체할 만큼의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행평가는 ‘부모 평가’나 다름없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학생의 과제수행 과정을 교사가 관찰한다는 취지와 달리 수행평가가 방과 후 과제 형태로 부과되다 보니 부모가 거들거나 사교육 업체에 결과물을 의뢰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A씨는 “아이가 아무리 애써도 그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제출하는 학생들이 꼭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했을까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과 과정을 벗어나는 수행평가 과제가 자주 주어지는 것도 이런 논란을 부추긴다.

취지와 달리 과정보다 결과물을 중시하면서 불공정 시비도 불거진다. ‘남학생이 불리하다’거나 A씨 자녀 사례처럼 ‘조별 작업이 많아 무임승차가 빈번하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중학교 교사 D씨는 "여학생들이 섬세하고 꼼꼼하다 보니 수행평가 결과물 완성도가 남학생보다 대체로 뛰어나다. 남학생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학부모 E씨는 “중학생 아들을 수행평가 경쟁이 적은 남자고등학교에 보내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도 “입시제도 개편이 우선” 난색

수행평가 강화에 난색을 표하기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수능을 비롯해 입시제도가 엄연히 지필평가 위주인 상황에서 이런 변화는 자칫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960명에게 교육부의 수행평가 강화 방침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의 각각 54.8%와 66.3%가 반대를 표명했다. 입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학교 교사는 55.3%가 찬성했다. 교사 D씨는 “지필고사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경우 학생들에게 학습을 독려할 유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고할 만한 수행평가 방법이나 평가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점도 교사들에겐 부담이다. E교사는 “쪽지시험 등 지필고사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수행평가 점수를 매기는 교사도 적지 않은데, 역으로 보면 수행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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