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해마다 진행해 온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전격 폐지한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의 조직 추세에 맞춰 한국식 기수 문화와 연공 서열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1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부터 전년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마지막 입문 교육 과정인 그룹 차원의 하계수련회를 폐지하고 각 계열사별 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계수련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대규모 행사가 잇따라 취소된 지난해를 제외하면 1987년부터 매년 6월 초 2박3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통상 같은 해 입사한 직원들 간의 결속을 다지고 소속감을 강화하는 내용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행사는 많은 인력이 한곳에 모이는 만큼 장소와 일정 등에서 비효율적이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며 “이를 감안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 주관 행사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기수 문화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그 동안 삼성 안팎에서는 인수합병(M&A)과 해외 인력 스카우트, 경력직 입사 등으로 갈수록 직원 구성이 다양해지는데도 기수를 중심으로 뭉치는 문화가 강해 화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직원끼리 만나면 기수를 묻는 것이 인사였는데 회사가 글로벌화하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며 “출신 학교나 지역을 중심으로 사모임을 만들면 제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직제 개편 등 조직 문화를 개편하기 위해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TF에서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다섯 단계의 직급을 네 단계로 간소화하고, 부서 단위의 조직을 팀 단위로 쪼개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생 창업기업(스타트업)처럼 의사 결정 단계를 줄여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중 하나인 구글도 인력과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관료주의에 젖어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해 회사를 8개 사업 영역으로 쪼갠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변화 노력이 사업 매각 등 물리적 구조조정에 이어 인사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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