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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안 되면 저기... 낯 뜨거운 ‘누더기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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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안 되면 저기... 낯 뜨거운 ‘누더기 공천’

입력
2016.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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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경선 패배 하루 만에

與, 다른 지역구로 공천 시도

노골적 ‘진박 구하기’ 비난 자초

더민주도 문희상, 최명길 등

당규까지 바꿔가며 ‘재활용 공천’

서울 서초갑 예비후보 경선에서 패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용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조 전 수석이 지난달 22일 공천신청자 면접을 보러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들어서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갑 예비후보 경선에서 패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용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조 전 수석이 지난달 22일 공천신청자 면접을 보러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들어서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야의 원칙 없는 4ㆍ13 공천 막바지에 불거진 ‘패자부활전’이 논란을 낳고 있다. 경선에서 패한 후보자를 다른 지역에 전략 투입하는 ‘돌려막기 공천’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특정 계파를 구제하려는 목적이란 비난까지 자초했다.

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게 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했다. 당에선 컷오프(경선배제)에 항의하며 탈당,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의 용산을 유력한 지역구로 거론했다. 용산은 공관위가 여성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서초갑은 새누리당 공천 경선 지역 중에서도 판세가 가장 접전이었던 데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두 여성 정치인의 대결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원조 친박’인 이 전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가깝고, 조 전 수석은 ‘진박’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서초갑 경선 결과가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이 같은 구제방안이 흘러나오자, 당내에선 ‘진박 구제용’이란 비판이 들끓고 있다.

‘서초의 딸’을 슬로건으로 선거운동을 해온 조 전 수석은 이날 당의 제안을 고사했다. 조 전 수석은 “고마운 일이나 서초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용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구 출마 제의를 거절했다. 비난 여론이 일 수 있는 데다 패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앞서 새누리당은 친박 중진인 황우여 의원의 인천 연수갑 역시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해 컷오프 한 뒤 지역구를 인천 서을로 바꿔 출마하도록 한 바 있다. 지난 1월 대구에선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달성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이유 없이 중ㆍ남구로 옮겨가 공천이 확정됐다. 곽 전 수석이 비켜준 달성군에는 또 다른 ‘진박’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출사표를 던져 단수추천(전략공천)을 받았다.

더민주도 인재 부족을 변명 삼아 돌려막기는 물론 ‘재활용 공천’까지 선뵈고 있다. 서울 송파을과 전북 익산을이 대표적이다. 더민주는 두 곳에 대전 유성갑 경선과 익산갑 경선에서 패한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과 한병도 전 의원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더민주는 지난달 21일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에 속했던 5선의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초선의 백군기(경기 용인갑) 의원을 한 달 만에 같은 지역에 공천하는 재활용 카드를 꺼냈다. 더민주는 근거 규정을 만들기 위해 당규까지 바꿔 이번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이처럼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여야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에 참여한 유권자는 물론, 총선 후보 등록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뜬금없이 새 후보를 받아야 하는 지역구민까지 농락한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김의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유승민 의원은 공천 여부를 밝히지도 않은 채 계속해 시간을 끌면서, 진박 인사는 경선에 떨어져도 곧장 구제에 나섰다니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계파 사천”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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