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이 결국 미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미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루는 것은 120년 만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애플 대 삼성전자’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삼성 측이 낸 상고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연방대법원은 올해 10월 초부터 내년 7월 초인 2016~2017년 회기에 상고심 구두변론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대법원은 약 120년 만에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루게 됐다. 미 대법원에서 디자인 특허에 관한 상고가 허가된 마지막 사례는 무려 1890년대로, 카펫에 관한 소송이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제출한 상고 허가 신청서에서 미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범위와 함께 디자인 특허 침해 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안을 고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특허로 등록된 디자인이 수저나 카펫이었다면 핵심적 특징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또 “특허로 등록된 특징들이 삼성전자 전화기 가치에 1%만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삼성의 이익 100%를 가져가게 된다”며 항소심에서 내려진 판결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사건 명칭이 ‘애플 대 삼성전자 등’인 이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은 2011년 4월 특허권자인 원고 애플이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 제품은 피고 삼성전자가 생산해 판매한 갤럭시S와 넥서스S, 갤럭시탭 등이다.
상고 허가 신청 대상이 된 연방구역 연방항소법원의 올해 5월 항소심 판결은 피고 삼성전자가 약 5억4,817만달러(약 6,382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원고 애플에 지불하도록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재심리 명령 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았지만 기각됐고, 애플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중순에 이에 따른 배상액을 일단 지급했다.
이 때 삼성전자가 애플의 배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대법원 상고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배상금 지급을 놓고 계속 싸우는 것보다 대법원에서 이겨 배상금을 되돌려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 뒤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미국 특허청이 무효로 판정했다”며 “이 부분을 포함해 다른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상고 허가 신청을 결국 미 대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배상액 중 약 3억9,900만달러(4,645억원) 부분이 상고심의 재검토 대상이 된다. 미 대법원은 보통 매년 7,000여건의 상고 허가 신청을 접수하는데, 이 중 약 99%가 기각되며 상고 허가가 내려지는 경우는 연간 70여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번 상고 허가는 상고심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삼성전자 측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고 허가 신청 당시 삼성 스마트폰 대부분이 사용하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과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전자거래 업체 이베이 등은 “오래된 법률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현대의 기술과 맞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를 지지하기도 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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