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5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창단 5년 만에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기업은행은 리즈 맥마혼(23ㆍ미국)의 공백에 왕좌를 현대건설에 내줘야만 했다.
현대건설은 21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홈 경기에서 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제압했다.
현대건설은 1ㆍ2차전에 이어 3차전도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사상 첫 무실세트 챔프전 우승을 만들었다. 챔프전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한 것은 남녀 통틀어 현대건설이 처음이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2010~11시즌 이후 5년 만이자 팀 통산 두 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기업은행은 2년 연속 우승과 팀의 역대 두 번째 정규리그ㆍ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의 꿈을 접었다. 왼손 부상으로 챔프전에 나서지 못한 외국인 선수 맥마혼의 공백이 예상보다 컸다.
현대건설은 주장 양효진이 17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에밀리 하통(15점), 황연주(10점)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세터 염혜선은 공격수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토스를 보여줬고 한유미도 7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일조했다. 기업은행의 젊은 토종 듀오 박정아와 김희진은 현대건설 베테랑의 노련함에 눌렸다. 양효진은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3표를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양효진은 허리 통증을 참고 챔프전을 치르면서도 3경기에서 양팀 합해 최다인 55점을 올렸다.
1세트는 22-22 접전 상황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기업은행 센터 김희진의 오픈 공격을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이 단독 가로막기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양효진의 블로킹 득점으로 23-22로 앞서간 현대건설은 상대 세터 김사니의 네트 터치와 외국인 선수 에밀리 하통(24ㆍ미국)의 퀵 오픈 공격 성공으로 첫 세트를 끝냈다.
2세트도 접전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위기를 버텼고, 기업은행은 무너졌다. 현대건설은 20-18에서 한유미의 퀵 오픈으로 달아났다. 추격점이 절실한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속공과 박정아의 후위 공격으로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김희진의 속공은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이, 박정아의 백어택은 양효진이 걷어냈다. 그리고 에밀리가 공격을 성공시키며 22-18로 승기를 굳혔다.
3세트에서는 현대건설 베테랑 라이트 황연주와 센터 양효진이 빛났다. 황연주는 12-10에서 날카로운 서브로 연속 2득점했고 14-10에서는 후위공격으로 상대 기를 눌렀다. 양효진은 기업은행이 15-14로 따라붙자, 연속해서 시간차 공격을 성공해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기업은행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고 현대건설은 3세트까지 내리 따내며 5년 만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한편 기업은행 선수들은 패한 뒤에도 바로 퇴장하지 않고 코트 한쪽에 섰다.
V리그는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시상식을 연다. 준우승팀도 시상식에 참가하긴 하지만, 선수단 전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달랐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가 끝나도 코트에 남아서 우승팀을 축하해주자’고 얘기했고, 선수들도 흔쾌히 응했다”며 “솔직히 마음은 아프다. 그러나 우승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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