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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례 2번이냐 14번이냐... 순서 다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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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례 2번이냐 14번이냐... 순서 다툼 왜?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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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순번 논란은 2번이냐 14번이냐로 좁혀져 있다. 당초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다던 김 대표가 19일 중앙위원회에서 전체 2번(남성 후보 중 1번)에 이름을 올려 ‘셀프 공천’ 논란을 낳았다. 이에 더민주 비상대책위는 21일 당선 안정권의 후순위인 14번을 중재안으로 마련했다.

현재 더민주 정당 지지율로 보면 비례대표 15번까지가 당선 안정권이다. 2번이나 14번 모두 의원 배지를 다는 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비대위가 굳이 14번 조정안을 낸 것은 김 대표에게 당선을 보장하면서, 대외적으로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뜻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한명숙 대표도 비례대표 15번을 받고 선거를 지휘했다”며 “2번은 당 구성원이나 지지자들에게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석은 다르다. 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례를 꺼내 들며 “DJ가 12번 달고 13대 국회 체험을 했다. 그 때 그분이 ‘대통령 떨어지고 국회의원이라도 해야겠는데 돈이 없어서 앞 번호를 못 받고 12번 받았기 때문에 평민당 여러분이 안 찍어주면 김대중이 국회도 못 가니 표를 달라’고 했다. 그걸 생생하게 들은 사람이다”라며 “나는 그런 식으로 정치 안 한다. 솔직하게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1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대표는 ‘비례 2번’을 정치적 자존심과 결부시키고 있는 셈이다.

2번과 14번의 차이를 놓고 달리 해석하는 시각들도 있다. 총선 이후 김 대표와 중앙위원회 간에 벌어질 당 운영 주도권 다툼의 전초전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중앙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는 친노 범주류 진영에서 김 대표의 존재감을 약화하기 위해 후순위로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반응만 놓고 보면 이번 논란은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는 셀프 공천 비판에 대해 “당 대표로서 선거를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며 “내가 비례대표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드는 것이 가장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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