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8거래일 매수세에도
기관 매도 물량에 돌파 무산
“조만간 2000선 뚫겠지만
오름세는 제한적일 것” 분석
코스피지수가 2거래일 만에 또 다시 장중 2,000선을 터치했지만 2,000선 돌파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에 나선 이후 외국인들이 다시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지수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는 국내 펀드자금 환매가 계속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타고 조만간 2,000선 돌파는 가능하겠지만 뚜렷한 추가 호재가 없는 한, 오름폭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많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장 중 한때 2,003.12를 기록한 뒤, 전 거래일보다 2.36포인트(0.12%) 하락한 1,989.76로 마감했다. 지난 17일 올 들어 처음으로 장중 2,000선을 돌파한 뒤 2거래일 만에 다시 2,000 돌파를 시도했지만 뒷심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6포인트(0.37%) 하락한 692.42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030억원, 1,404억원을 순매수하며 바람몰이에 나섰지만 기관이 3,188억원 어치를 쏟아내며 훼방꾼 역할을 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전방위 부양카드를 꺼내 든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 연속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 금리인상 속도조절 방침까지 밝히자 지난 17~18일 이틀간 코스피시장에서 1조119억원 어치를 쓸어담은 데 이어, 21일에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주요국 정책에 따른 5번의 코스피 반등 국면에서 외국인은 평균 12조9,000억원을 사들였고, 순매수 기간은 4.5개월에 달했다”며 “코스피 지수의 반등이 2월 중순부터 시작된 데다 3월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이 3조2,000억원에 그치기 때문에 외국인 추가 매수세로 코스피지수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국내 투자자들이 번번이 지수 상승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 투자자는 지난 2월29일부터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이 기간 2조8,590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특히 펀드자금이 집중된 투자신탁 분야에서 기관 매도물량의 절반 이상(1조6,810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3년간 9~11배 수준에서 움직였던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10.5배까지 오르면서 지수 추가 상승에 의구심을 가진 투자신탁 쪽 매도 물량이 늘어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당분간 펀드 환매는 계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박스권 증시의 학습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2,000선 아래에선 편드에 자금을 넣고, 반대로 2,000을 넘으면 환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제한적인 지수 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10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지만,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할수록 상승 탄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경계론을 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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