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1일까지 공개한 4ㆍ13 총선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경선 결과, 현역 지역구 의원 10명 중 8명 꼴로 경선에서 이길 정도로 현역 의원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최대 100% 반영하는‘상향식 공천’이 상대적으로 조직력과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공천 과정이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애초부터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 현역 지역구 의원 중 경선 대상이 된 의원은 59명으로, 결선투표가 진행 중인 5명을 제외한 54명의 공천이 결정됐다. 이들 중 경선에서 승리한 의원은 44명으로 경선통과율이 무려 81.4%에 달했다. 선거구 조정에 따른 지역구 통ㆍ폐합으로 현역 의원간 경선이 치러진 6명(김종태ㆍ김재원, 이한성ㆍ장윤석, 황영철ㆍ한기호)을 제외할 경우, 지역구 현역 의원 경선 통과율은 85.4%까지 치솟는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지역구 의원이 높은 경선 승률을 보이는 데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개혁’‘선거 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해 상향식 공천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그 전제로 제시한 ‘당협위원장 총선 6개월 전 사퇴’ 등의 대책이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정치권이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선거구 공백 사태를 62일간 끌고 간 것도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에서 제공한 안심번호 당원명부를 놓고 현직 당협위원장은 문제가 없다고 하고 당협위원장이 아닌 예비후보는 문제라고 충돌하지 않았냐”며 “여론조사 경선이라지만 당협위원장인 현역 의원은 답안지를 펴놓은 채, 다른 예비후보는 시험 범위도 모른 채 시험을 치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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