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42) OK저축은행 감독과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규리그 2위 OK저축은행은 이번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들어 내리 2연승을 거두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2연패에 성큼 다가섰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18연승을 질주하던 정규리그의 기세를 잃고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한양대 92학번과 95학번 선후배 사이다. 동시에 둘은 신치용(61) 전 삼성화재 감독의 제자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대학과 프로시절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서로 적장으로 만났다.
두 감독의 성향과 지도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김 감독이 낙천적이고 호탕한 리더십을 보인다면 최 감독은 보다 학구적이고 섬세한 면이 많다.
지난 20일 챔프 2차전 전후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의 성향은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그는 “푹 쉬었다. (2차전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경기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챔프전에서 만난 삼성화재보다 강하다. 우리가 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끌려가지만 말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후에도 “(정규리그에서 2위를 해)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것 같다”며 “희한하다”고 웃었다.
김 감독을 지켜봐 온 구단 관계자는 “친형 마인드를 가진 지장 스타일이다. 선수들의 장단점은 물론 마음 속까지 헤아릴 수 있는 ‘감’이 있다. 밤을 새더라도 대화로 선수들의 마음을 끌어내 하나로 만들곤 하신다”며 “감독으로서도 ‘배구 9단’다운 면모를 나타내신다. 경기 중 이길 때는 승기를 다잡고, 분위기가 넘어간다 싶을 땐 정확히 시간을 끊고 기세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 역량을 갖추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태웅 감독님처럼) 사자성어를 쓰시지는 않지만, 선수 개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분석적인 조언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으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 감독의 성향과 지도 스타일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여줬고, 하나로 단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승을 경험한 김 감독이 ‘내려놓고 즐기면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는 공식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반면 최 감독은 큰 경기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그는 2차전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경험과 실력 모두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을 달래기도 해보고 대화도 했다. 오늘은 다그치기도 하고 화도 냈다. 그러나 딱히 방법은 없다. 선수들뿐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부담이 많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수학 문제집과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공부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 감독도 결국 김 감독의 노련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최 감독이 22일 적지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릴 3차전에서 그간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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